“사시 패스가 끝이 아니더군요. 연수원 마치고 나니 취업이라는 또 다른 관문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시험이 끝나고 이력서를 30~40장이나 써 냈지만 아직 마음에 드는 직장을 잡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취직은 되겠지만 진로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구직중인 한 36기 사법연수원생) 36기 사법연수원생 수료식이 16일 열린다. 총 975명이 수료하는 이번 기수 중에서는 판검사로 임관한 약 190명과 군입대 예정자 180명을 제외한 600여명의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들이 ‘변호사 시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15일 사법연수원에 따르면 36기중 아직 30%가 넘는 311명의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 3분의 1은 진로 미정 사법연수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개인ㆍ합동사무소 67명 ▦로펌 160명 ▦단독개업 42명 ▦공공기관ㆍ회사 등 기타 25 명 등의 진로가 확정됐다. 연수원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대형 로펌에서는 오히려 인재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인다. 대형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광장 관계자는 “대형 로펌들은 사법연수원 들어갈 때부터 채용에 나서 3학기가 끝난 지난 여름 경에 이미 채용을 마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그야말로 입도선매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기업중에서는 삼성그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명의 새내기 변호사를 채용했다. 한화 그룹도 올해 2명의 연수원 졸업생을 뽑았다. ◇ 이력서 수십장 내도 인터뷰 보기도 힘들어 아직 구직중인 한 연수원생은 “로펌과 대기업 등에 이력서를 수십장 냈지만 인터뷰하러 오라는 곳이 드물다”며 “선호하는 곳일수록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경부의 경우 10명 모집에 120명이 몰려 12대1의 경쟁을 기록했다. 기획예산처 역시 8명 모집에 82명이 지원했다. 별도의 취업 준비를 하기도 한다. 이상숙씨는 “일부 연수원생들이 모여 영어 스터디를 하거나 취직을 원하는 기관에서 요구하는 공부를 위해 다시 신림동 고시원에 들어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경찰청, 재정경제부와 같은 공공기관은 변호사 자격증 외에 영어, 국사 등 별도의 시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새내기 변호사들이 ‘취업난’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이지 취업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사법연수원 김종민 취업담당 기획교수는 “아직 공공기관, 회사들이 구인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5~6월이 돼야 취업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몸값은 천차만별 변호사 구직자가 늘다보니 새내기 변호사들의 ‘몸값’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은 공통된 애기다. 서재옥 36기 자치회장은 “전체 변호사수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의 신참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다 보니 월급수준이 예전보다 많이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가장 월급수준이 높은 대형 로펌에 가는 신참 변호사들의 연봉수준은 7,000만~8,000만원선이다. 그러나 소규모 변호사 사무실이나 회사에 취직할 경우 월급이 400~500만원선으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게 연수원 졸업생들의 전언이다. 물론 시민ㆍ사회단체에 취직할 경우 이보다 낮다. 사법연수원 한양석 기획교수는 “연수원 졸업생들이 당장 월급을 더 받을 수 있는 곳보다는 앞으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며 “이제 사시합격자들에게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연수원 졸업과 동시에 전문성 제고, 경력관리 등 또 생존경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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