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국내 경기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이 부진하면 내수가 경기를 뒷받침해야 하는데 내수 부문 역시 고용의 질 악화와 가계부채 등 구조적인 문제점들에 가로막혀 있어 좀처럼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추가경정예산을 제외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재정확대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재정투입 효과는 찾아보기가 힘든 상황이다. 올해 초 '상저하고' 경기를 예측했던 정부는 이미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3%로 내린 데 이어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월에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는 각종 기금의 여유자금과 예산 불용액을 활용해 총 8조5,000억원의 재정이 추가로 투입된다. 꺼져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다.
서민생활 안정, 중소기업ㆍ소상공인 지원, 서비스산업 육성 관련 기금을 2조3,000억원 증액하는 한편 경기보완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민간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1조7,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이월ㆍ불용 예산도 최소화해 예산 집행금액도 4조5,000억원 확대할 예정이다.
이 정도 재정확대는 웬만한 추경보다 더 규모가 크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지만 시장의 투자 및 소비 심리에는 좀처럼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져주지 못하고 있다. 커져가는 유럽 위기 앞에서 정부의 재정확대 노력이 마치 메아리처럼 사라지는 분위기다.
실제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지수'에 따르면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체감을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정부가 최근 재정확대정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7월 CSI는 전월(101) 대비 1포인트 떨어진 100을 기록하며 2월(100)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CSI는 기준치인 100을 넘으면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심리가 낙관적임을, 100을 밑돌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CSI가 아직까지는 기준치인 100을 나타내고 있지만 유럽 위기 등으로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도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1월 98이던 CSI는 2월 100을 기록하며 상승 전환한 뒤 3월 101, 4월 104, 5월 105 등 오름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6월 101을 기록하며 내림세로 전환됐으며 7월에는 100까지 하락했다.
전년 대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1ㆍ4분기 4.2%를 기록한 후 4분기 연속 둔화 추세를 지속하며 올해 1ㆍ4분기에는 2.8%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2ㆍ4분기 역시 1ㆍ4분기와 유사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기 성장률이 2%대까지 추락하는 것이다.
나 홀로 호조세를 보이던 고용실적도 주춤하고 있다. 8개월 연속 40만명 이상의 증가세를 유지하던 고용실적은 6월 40만명 밑으로 떨어지며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신규 취업자 수가 주춤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고용의 질적인 부분.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자영업자와 50~60대를 중심으로 고용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가계부채에 찌들어 있어 소비진작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반기 유럽 위기가 심각해질 경우 우리 경제는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추경 편성 논의가 다시 불거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재정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경기를 진작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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