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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경의 정감있는 목소리에 인생의 꿈·추억·사랑이…

오페라 '라보엠'

로폴로(리차드 리치)가 폐결핵으로 죽는 미미(홍혜경)를 붙들고 절규하는 '라 보엠'의 마지막 장면.

“인생에 꿈과 낭만과 사랑이라는 공식이 남아있음을 추억해 주는 7080 오페라.” 각박하고 변화무쌍한 현대 도시생활 속에서 안정과 위안을 주는 공연이다. 마치 7080년대 ‘지금도 마로니에는…’을 들으며 짙은 커피 한잔을 놓고 인생과 시와 이상이 있음을 믿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꽉 짜여지지 않은 도시의 밤거리에서 잘 익은 군고구마와 군밤을 연인과 함께 나눠먹는 소박하고 따스한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세계적인 디바 홍혜경의 고국 첫 무대로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던 이번 공연은 그녀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감동의 무대다. 그녀의 음색은 정감있고 포근해 풍부한 감성을 표현한다. 가난하면서 폐렴을 앓고 있는 평범한 여공이지만 단아하고 소박하면서 전통적인 여성상을 지닌 미미역에 그녀의 노래가 자연스럽게 녹아 든다. 미국 헐리우드 출신의 미국 국보급 배우로 평가받는 테너 리차드 리치도 예술과 현실사이에서 자신의 무기력함에 괴로워하지만 자존심강한 시인 로폴로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세계적인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선 우리 배우들의 기량은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라 보엠’은 프랑스어로 ‘보헤미안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어딘가에 메이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프랑스 파리 구석의 한 다락방에 시인 로돌포와 화가 마르첼로와 철학자 콜리네와 음악가 쇼나르가 예술과 자유를 위해 살아간다. 이들은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우애 하나는 친형제 못지않다. 뼈에 사무치게 추운 크리스마스 전야. 친구들이 모두 크리스마스를 즐기러 시내로 나간 사이, 아래층에 사는 미미가 촛불이 꺼졌다며 불 좀 붙여달라며 문을 두드린다. 이들의 사랑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둘은 서로 사무치게 사랑하지만 결국 헤어진다. 미미는 갈수록 병이 깊어져 로돌포에게 짐이 되는 것이 싫었고, 로돌포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자신을 비난한다. 헤어진 동안 두 사람은 서로 잊지 못한다. 결국 미미는 죽음을 앞두고 로돌포의 다락방으로 찾아와 죽음을 맞는다. 19세기초를 무대로 한 이 작품은 푸치니가 가난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만든 작품이다. 내용만 본다면 극적인 반전없이 예측 가능한 그리고 잔잔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난을 추억하면서 눈물과 함께 미소를 짓게 할 정도의 내용이 전부다. 그렇다고 사랑과 추억이 진부하거나 따분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심성을 건드릴 수 있는 정서이기 때문이다. 특히 19세기 초 프랑스 파리에 혁명의 기운이 들끓고 있을 때 만든 작품이라는 것으로 보면 작은 사연을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던 푸치니의 안목이 탁월하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지금까지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가장 사랑 받는 작품 중 하나다. 무대장치는 공연을 위해 만들어 놓은 무대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다. 그때 그 장소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다. 특히 로돌포와 미미가 헤어지는 3막의 눈오는 전경은 한 폭의 그림엽서를 보는 듯 아름답다. 3월 12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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