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0%에서 2.6%로 낮췄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상저하고 추세를 보이면서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3.6%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에 대해서는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쓴소리를, 정부에는 재정의 확장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DI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3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KDI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1ㆍ4분기 전년 동기 대비 1.5% 성장한 데 이어 2ㆍ4분기에는 2.0%, 3ㆍ4분기 2.9%, 4ㆍ4분기 3.7% 등 '상저하고' 추세를 보이며 연간 2.6%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강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원화 가치 상승 및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실질구매력이 개선되고 세계 경제 회복으로 수출도 증가하면서 국내 경기가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KDI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3.0%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치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인 2.6%와는 같다. 하지만 한은 전망치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17조3,000억원 가운데 12조원의 세입 보전분만 반영한 수치인 반면 KDI는 전액을 반영한 것이어서 한은에 비해 다수 보수적인 전망치로 평가된다. 또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전망치인 2.8%보다도 다소 낮은 수치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가 올해 2.3%, 설비투자는 2.8%, 상품수출은 6.4%, 상품수입은 5.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경상수지흑자는 397억달러로 지난해보다 다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회복과 원화 가치 상승으로 수입이 증가하면서 흑자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8%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한은 전망치(2.3%)보다 크게 낮은 숫자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3.6%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밝힌 목표치 4.0%, 한은의 전망치 3.8%보다 낮은 수준이다. 강 위원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3.5% 내외로 추정된다"며 "4.0%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라고 말했다.
KDI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통화 당국은 시장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통화 당국에 대한 경제주체의 신뢰를 제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준금리 결정을 둘러싼 시장과의 '소통 부족'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통화정책은 당분간 현재의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향후 물가상승세와 경기여건에 따라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기간의 완화적 기조로 인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상승할 경우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당분간 확장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기적으로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 등을 감안해 재정지출의 급격한 증가를 방지할 수 있도록 국정과제의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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