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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9월 23일] 포에니 전쟁의 교훈

BC 3세기 중엽부터 BC 2세기 중엽까지 로마와 카르타고는 지중해 해상권을 놓고 세계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펼쳤다. '포에니 전쟁'이다. 한니발을 앞세운 카르타고는 전쟁 초반 승승장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력이 약화됐고 결국 스키피오가 이끄는 로마군에게 항복 선언을 하고 말았다. 포에니 전쟁 이후 패자인 카르타고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승자인 로마는 세계정복에 나서며 '팍스 로마나' 시대를 열었다. 로마의 승리요인으로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실패에 대한 관용'을 빠트릴 수 없다. 카르타고 장수는 전쟁에서 패배하거나 대규모 군사를 잃었을 경우 책임을 물어 사형에 처해졌다. 반면 로마의 장수는 전쟁이나 전투에서 패배하더라도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패전의 요인을 분석하고 이전보다 더욱 세밀한 미래 전략을 수립해 카르타고 군대와 대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이후 신음하던 글로벌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금리인상을 준비하고 있고 글로벌 경제주체들은 시중유동성을 흡수하는 출구전략을 공동으로 수립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중국과 일본의 금융회사들이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저가에 매물로 나온 미국 금융회사들의 지분을 인수해 대규모 평가차익을 거두고 있거나 경영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왕서방 자본과 일본의 사무라이 자본이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며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를 공략하는 동안 국내 은행들은 팔짱만 끼고 먼산만 바라보았다. 투자은행(IB) 업무를 강화해 글로벌 금융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목청을 높였지만 결국은 허공에 외친 메아리에 불과했다. '황영기 신드롬'에서 여실히 나타난 것처럼 정부 지분이 많은 은행들은 몸을 사렸고 다른 은행들도 투자에 대한 사후책임을 두려워해 과감하게 해외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다. 대신 예대마진 영업에 매달렸다. 로마가 팍스 로마나의 기초를 닦을 수 있었던 것은 실수와 실패에서 교훈을 얻었고 이를 십분 활용하는 지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은행들이 포에니 전쟁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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