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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도 일반 타이어로 버텼는데, 꼭 겨울용 타이어로 바꿔야 할까요. 쓰던 타이어를 보관할 곳도 마땅치 않은데…."
빙판길과 눈길을 만만하게 봤다간 큰 코 다치기 쉽다. 겨울용 타이어 구입은 안전에 투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겨울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타이어 업계 역시 본격적인 겨울용 타이어 판촉전에 돌입했다.
우선 한국타이어는 고성능 세단용 '윈터 아이셉트 에보'와 아반떼급 이하의 차량을 위한 '윈터 아이셉트 이지'를 판매하고 있다. '윈터 아이셉트 에보'는 '북극곰 발톱'을 닮은 디자인에 3D 커프(노면과 닿는 부분에 새겨진 미세한 홈), 보조커프 등이 적용돼 보다 안정적인 눈길ㆍ빙판길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윈터 아이셉트 이지'는 우리나라에서 도로교통법상 금지된 스터드 타이어(스파이크 타이어)의 성능을 추구했다.
금호타이어는 윈터크래프트 KW27, 아이젠 KW17ㆍ15, 아이젠 RV KC15 등 4종의 겨울용 타이어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윈터크래프트 KW27은 고급 세단용 최상위 모델이며, 아이젠 RV KC15는 레저용 차량(RV)에 적합하다.
이밖에 넥센타이어도 용도에 따라 윈가드 아이스ㆍ스포츠ㆍSUV 등의 타이어를 판매하고 있다. 톱니형 패턴을 적용해 눈길, 빙판길에서도 안심할 수 있게 해준다. 윈가드 아이스는 넥센타이어 전문 대리점인 '타이어테크'에서 겨울용 타이어를 4개 구매하면 '불스원 레인OK 스프레이 체인'과 성애제거기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겨울용 타이어와 일반 타이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겨울용 타이어에는 낮은 온도에서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실리카 소재가 첨가된다. 모래에서 추출한 실리카를 섞어 만든 겨울용 타이어는 젖은 노면에서 일반 타이어보다 5~10% 가량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소재뿐만 아니라 타이어 표면의 무늬를 뜻하는 '트레드(Tread)'도 다르다. 겨울용 타이어는 홈이 깊게 파여 있어 바퀴가 눈 위에서 미끄러지는 것이 아니라 눈을 '찍으면서' 주행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노면과 닿는 부분에는 커프가 촘촘히 새겨져 있다. 이밖에 바퀴와 노면 사이의 압력에 의해 생겨난 수분을 타이어 바깥쪽으로 잘 방출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진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사계절용 타이어는 영상 7도 이하에서 고무가 딱딱해지는 등 성능이 저하된다"며 "또 눈길ㆍ빙판길은 일반 도로보다 4~8배 미끄러워 제동거리가 20~40% 가량 늘어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판매점에서 재고를 싸게 파는 경우가 있는데, 생산 후 3년이 넘어가면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스노우 체인만 믿으면 안 된다. 미쉐린 관계자는 "보통 스노우 체인을 사용할 때는 승차감이 나쁘기 때문에 길이 심하게 얼었거나 눈이 많이 올 때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길이 살짝 얼었을 때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상시적으로 미끄럼을 방지해주는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는 쪽이 안전하다"고 권했다. 이밖에 각 자동차회사에서 겨울을 맞아 무상점검ㆍ부품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만큼 이 기회를 이용해 월동 준비를 마쳐두는 게 좋다.
한편 타이어 회사들은 지역별로 맞춤형 겨울 타이어도 판매하고 있다. 지역별로 다른 빙질(氷質)에 가장 적합한 타이어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이나 일본의 눈에는 습기가 많아 타이어의 배수가 중요하다. 러시아나 캐나다, 북유럽은 습기 없이 가루처럼 날리는 눈이라 미끄러짐 없이 달릴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지역별로 다른 타이어가 판매된다. 크게 '알파인'과 '아틱(노르딕)'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타이어 업계에서 흔히 쓰이긴 하지만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다. 알파인 타입은 보다 딱딱한 소재로 만들어져 눈이 빨리 녹는 서유럽, 우리나라 등에서 주로 사용된다. 아틱 타입은 좀 더 말랑말랑한 소재로 생산돼 접지력이 알파인보다 뛰어나 빙판길을 달리는 용도로 쓰인다.
이밖에 아틱 타입으로 분류되는 타이어 중에서 스파이크 타이어는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도로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이용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러시아 같은 국가에선 여전히 겨울용 타이어로 인기다. 언뜻 사계절 내내 더울 것 같은 이란이 고산지대가 많아 스파이크 타이어가 잘 팔린다는 점, 겨울용 타이어 판매량이 아시아 4위라는 점은 의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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