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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공무원노조vs기업노조

두 노조 바라보는 與 잣대 이중적

임금피크제+취업규칙 노조탓 말고 獨 노동유연성서 상생의 길 찾아야


국민의 종복(從僕)이라는 공무원과 민간 근로자, 특히 노조를 대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잣대는 영 딴판인 경우가 적지 않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일 국회 연설에서 "공무원연금개혁의 좋은 선례를 노동개혁·교육개혁·금융개혁이라는 남은 과제에 잘 적용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지지와 (고통분담을 감수한) 공무원들의 애국심 덕분에 향후 70년간 333조원의 재정절감이 가능해졌다"며 공무원과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에 후한 점수를 줬다. "정부, 공무원노조, 여야 전문가, 시민단체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국민대타협기구에서 결론을 도출해내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했으니 공무원노조에도 우호적인 평가를 한 셈이다.

이와 달리 민간 근로자 노조를 보는 김 대표의 시각은 180도 달랐다. 노동개혁 이슈로 넘어가자 그는 "전체 노동자의 10%에 불과한 노조가 기득권을 고수하면서 나머지 90%의 아픔과 슬픔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회사가 대규모 적자를 냈는데도 파업을 일삼는 몇몇 대기업 노조를 보면 공감이 간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다. 김 대표가 모범사례로 소개한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은 성과도 있었지만 높은 연금이 보장된 10여년 이상 재직자나 기존 연금 수급자의 기득권은 거의 손대지 않았다. 연금급여 삭감에 20년이라는 긴 이행 기간을 뒀기 때문이다. 당연히 개혁 강도는 떨어지고 후배들보다 덜 내고 많은 연금을 받는 기득권자들에게 후한 연금을 지급하느라 국민과 후배들이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합의안에 일반 국민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이해관계자의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를 공무원노조 등과의 단체협상 대상이라고 명시한 단체협약서(2007년 단체협약서 39조)가 중요한 버팀목이 됐다.

반면 임금피크제에 관해 '신의 직장'이라고 공격 받던 공공기관의 노조와 단체협약은 영 힘을 못 쓰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성과급·예산을 거머쥔 기획재정부가 강하게 압박하자 지난달까지 316곳 중 30%가 넘는 96곳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96곳 중 53곳이 한국노총 산하 공공 부문 노조 등 상급단체에 가입돼 있다는 데도 그렇다. 정부는 올해 안에 전체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한다는 목표 아래 이달 말까지 도입률을 50%까지 높일 계획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등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해 근로자 동의절차를 완화하는 문제가 노사정 협상에서 큰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정작 공공기관에서는 큰 문제가 안 되는 모양이다. 노사정위원회가 별도의 협의체에서 공공 부문 임금피크제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대세를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임금피크제는 청년 고용절벽을 완화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일반해고 지침'도 노동개혁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핵심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불합리한 연공서열식 임금, 인사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해가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독일은 우리가 배울 게 많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직무평가등급이 같으면 생산직의 기본급(직무급)이 비슷하고 성과급·이윤분배금 등에서 임금총액에 차이가 날 뿐이다. 연차보다는 교육·훈련 등을 통해 더 높은 등급의 업무를 맡아야 임금도 오른다. 자동차 기업들은 하루 7시간30분 일해도 임금은 7시간 치만 받고 30분은 각자의 '근로시간계좌'에 적립했다가 휴가·경기침체로 근로시간이 확 줄었을 때 평상시 월급을 받는 데 쓴다. 기업은 평상시 임금부담을 덜고 근로자는 고용·임금안정성을 챙긴다. 생산량 증감에 따른 공장 간 인력 재배치도 상당히 자유롭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독일 기업의 노동 유연성이 국내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노사정 모두 상생의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정부와 여당은 근로자들을 압박만 할 게 아니다.

/임웅재 논설위원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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