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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7월 7일] 인감제 폐지, 得보다 失많아

이장열(㈔한국전통문화진흥원이사장)

대통령 소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현행 인감제도를 폐지하고 그 대신 주민등록증에 서명을 추가하는 방안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감제도의 폐지가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만 낳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데서는 확실한 신념도, 대체할 만한 대안도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근년에 인감증명제도 폐지와 관련한 국무총리실의 중앙부처 여론조사에서 161개 법령, 248개 사무 가운데 77%인 192개가 인감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고 23%인 56개만 폐지할 수 있다는 의견에서도 인감제도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멀리 낙랑 고분에서도 인장이 출토되는 것을 보면 그 역사가 아주 오래됐다. 그러나 일반 백성들에게 인장이 보편화된 것은 개화기 이후로 생각된다. 일찍이 근대화과정을 거친 일본에서 지난 1871년 성립한 인감제도는 일제강점기인 1914년 조선총독부령 제110호로 ‘인감증명규칙’을 공포, 조선에서도 시행됐다. 그리고 이것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1961년에는 ‘인감증명법’으로 이어졌고 그간 총 14번의 개정이 있었다. 그러나 이를 ‘일제 잔재’로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다. 전통적으로 우리사회는 인장에 대한 신뢰가 오랫동안 널리 공유돼왔다. 그것은 그동안 국가의 방치 속에 관습으로만 이어온 전근대적인 사적 거래관계를 정부가 인감제도로 거래안전과 사회안정을 동시에 보장해줬기 때문이다. 주민등록이 본인임을 확인하는 신분증이라면 인장은 국가가 본인의 행위(날인)를 보증하는 중요한 신표였던 것이다. 분위기에 휩싸이다보면 분간마저 흐려지게 마련이다. 인감폐지 이후 대체수단으로 등장한 서명등록제도는 참 편리한 제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 거래와 같은 큰 재산 거래 때도 서명하나로 가능할까. 생각해보면 역시 문제가 적지 않다. 거래의 진위여부에 대한 최종확인은 재판에서 가려지겠지만 정부는 거래과정에서 안전을 보장해줘야 한다. 정부는 제도의 편리성만 쫓다가 안전성을 결여해 국민들이 불안한 사회를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확실한 대안이 없는 인감제도의 성급한 폐지보다는 현 제도를 유지하면서 그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곧 서명의 편리성과 인감의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일도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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