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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미국, 눈덩이 부채·실업률 높아져 "장기 저성장" 경고

천문학적 돈 투입해 위기 막았지만… 누적 적자로 국가신용 유지에 회의<br>소비자는 씀씀이 줄이고 저축 늘려… 빚에 의존한 '소비선순환' 도 붕괴

금융위기 확산의 기폭제가 됐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보호신청이 1주년을 맞은 가운데 회복 국면에 접어 든 미국 사회에 보수-개혁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대통령이 의료보험 공영화를 추진하면서 세수 확대를 위한 징세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하는 수 천명의 보수파 지지자들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모여 오바마 대통령을 스탈린, 히틀러등과 같은 독재자로 비유하는 팻말을 들고 의보 개혁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정확히 1년 전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은 미국 4위 투자은행의 몰락만이 아니었다. 월가를 쑥대밭으로 만든 리먼발 금융위기는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이 거머쥔 절대 패권 시대가 흔들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미국이 초유의 위기에 맞서 취한 초비상 조치는 제2의 대공황 위기와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아냈지만 재정적자 누적과 높은 실업률 등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 붕괴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소비 대신 저축을 늘리고 있어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빚에 의존한 '소비 선순환'의 붕괴는 장기 성장동력을 갉아먹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설령 위기를 벗어난다 해도 장기 저성장 구조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각국은 미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 의회가 공적자금 감시를 위해 설립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감사관은 미국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정부의 총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7배에 해당하는 23조7,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중 상당액이 긴급유동성 대출과 보증지원 등의 용도이기 때문에 회수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충격적인 금액이다. 당장 눈덩이처럼 증가하는 국가 부채는 언제든지 미국에 비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도하게 달러를 찍어내면서 빚으로 빚을 부풀리는 재정 적자는 금융위기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달러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했다. 미국 의회 예산위원회(CBO)가 추정한 향후 10년간 누적 재정적자는 9조달러. 이 추정이 맞다면 10년 내 미국의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82%까지 늘어나게 된다. 미국의 'AAA' 국가 신용등급이 언제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위기를 대처하느라 과도하게 달러를 찍어내면서 빚으로 빚을 부풀리는 결과다. 미국이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여론에서 미 국채를 팔아버리자는 목소리를 내는 이면에는 미국 경제가 지닌 이 같은 취약점에 대한 조소가 담겨 있다.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국은 국채 발행 상당량을 해외가 소화해줘야 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미 국채의 해외 의존은 미국의 대외적 신용관리에 결정적 취약점을 드러내 앞으로 국가신용등급을 유지시킬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기는 빚으로 빚을 갚은 경제가 언제까지나 지탱할 수 없다는 평범한 상식을 미국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 미국의 소비는 미국의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성장 엔진이었다면 리먼 사태 1년은 이 같은 등식이 여지없이 깨지는 시기였다. 자산붕괴와 혹독한 빚 독촉에 시달린 미국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은행 문을 두드렸으며 미국의 저축률은 위기 이전 제로에서 올해 6%까지 상승했다. 누리엘 루비니 교수 등 비관론자들은 저축률 두자릿수 돌파가 불가능한 숫자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량 소비 시대는 지나갔다고 진단한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기관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경영자(CEO)는 "경기가 설령 회복되더라도 빚을 내 흥청망청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앞으로 장기 저성장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집값이 오르고 주가가 올라 '부의 효과'가 나타난다 해도 빚을 내 소비를 지탱하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깨졌다는 분석인 셈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지난 4월 런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우리의 목표는 지속 불가능한 부채에 덜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했으나 미국은 소비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기란 요원해 보인다. 미국의 소비 시장이 위축되면 미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지위 역시 흔들리게 된다. 미국의 빈자리는 중국과 브라질 등 이머징마켓이 메울 것이 분명하다. 고 실업률은 금융위기가 미국에 던진 또 하나의 유산이다. 경기에 온기가 돌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실업률 10% 연내 돌파는 기정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뉴욕 월가 연설을 하루 앞둔 13일 "실업률은 수년간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 계속될 것"이라고 실토할 정도다. 미국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경제가 하반기 중 마이너스 성장을 끝내고 2~3%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고용 없는 성장' 현실화에 주목하면서 미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함정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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