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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파문' 폭스바겐 강남 매장 가보니

"내車 괜찮나" 전화문의 폭주

환불 요구 계약취소도 잇달아

24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폭스바겐 매장 앞 전경. 배기가스 배출 조작 논란으로 평소와 달리 손님들의 발길이 뜸하다.
/사진=박재원기자

"추석 보너스로 '골프' 싸게 사려했는데 논란 해결될때까지 상황 지켜봐야죠"

할인율도 10월부터 낮아져… 고객들 차량구매 늦춰

아우디 매장에도 잇단 문의… 1~2건씩 사전계약 취소

자칫 진흙탕 싸움 우려에 다른 업체들 조용히 관망세

폭스바겐의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사태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반에 대한 조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 조작 사실을 처음 밝혀낸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폭스바겐 외에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배기가스 규제를 피하려고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지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EPA는 새 조사 대상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독일 BMW·다임러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이 만드는 디젤차량이 거론되고 있다. FT는 "기업들이 규제에 걸리지 않기 위해 갖가지 꼼수를 쓰는 것은 자동차 산업 전반에 만연한 행태"라며 "폭스바겐은 규제회피 경쟁에 집중했다가 운 나쁘게 발각된 케이스에 불과하다"고 조사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파장이 커지면서 국내 수입차 구매자들도 동요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구매시점까지 늦추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고 업계 전반의 판매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고됐다. 서울경제신문은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폭스바겐 매장을 찾아 판매상황과 고객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회사가 위기에 처했는데 오히려 다음달부터 할인폭을 줄인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사전계약을 했던 고객들도 구매를 미루고 있습니다."

24일 방문한 강남구의 한 폭스바겐 공식딜러 매장은 '미국발(發) 폭스바겐 파장' 탓인지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송파구 폭스바겐 매장에서는 고객이 고성을 지르며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영업직원들은 폭스바겐 '골프' 차량의 운전석 문을 열어 아래 적힌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 문구를 직접 고객들에게 보여줬다. 배기가스 배출량을 속인 '미국산' 제품과 선을 긋기 위해서다.



한 판매사원은 "이번 배기가스 조작 논란의 대상인 '골프'와 '제타'는 각각 독일과 멕시코에서 생산해 국내로 수입되는 제품이라 문제가 없지만 '파사트'의 경우 미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이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일부 예민한 고객들은 문제가 없다고 해명을 해도 전화로 계약을 취소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엔진의 경우 국가별 인증에 맞춰 개별제작되기 때문에 독일에서 수입해 판매한 골프 차량이라고 해도 100%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엔진에 출력과 배기가스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가 수십 종에 달하므로 같은 엔진이라도 개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해명하고 있는 것과 달리 판매 일선에서는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해 "'미국산' 차량이 아니면 된다"는 식의 설명을 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위기감이 높아진 폭스바겐코리아는 다음달부터 할인율을 낮춘다. '박리다매'식 판매전략을 펼쳐온 폭스바겐코리아는 사전계약 취소가 늘고 논란이 이어지자 높은 할인율을 낮춰 수익성 개선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사원들은 "'유로 6' 엔진이 탑재된 신차 출시를 앞두고 파격 할인율을 적용해 재고 소진을 해왔지만 다음달부터 할인폭을 1~3%씩 낮출 것"이라며 "차를 많이 팔 때는 회사와 딜러 모두 할인율을 높여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소극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A 직원은 또 "2016년형 골프의 경우 이달까지 10% 할인율과 딜러 추가할인이 들어갔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오는 10월부터 100만원 정도 비싸게 차를 사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논란을 틈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매장에 들렀던 고객들도 마음을 접고 발길을 돌렸다.

이미 9월 영업일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차량을 구매하더라도 다음달 프로모션 가격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차량은 이달 안에 구매하더라도 출고 시점이 10월로 넘어가면 출고 시점의 가격 할인율을 적용받는다.

추석 보너스로 '골프' 혹은 '제타'를 구매하려 했던 직장인 김모씨는 "오늘(24일) 오후까지 현금으로 '제타'를 구매할 경우에만 이달 30일에 차량 출고가 가능해 13.5%의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면서 "지금 같은 때에 차량을 조금 싸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매장을 찾았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해 논란이 해결될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폭스바겐그룹에 속한 아우디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아우디 공식 딜러사 매장에도 "내 차는 괜찮은 거냐"는 전화문의가 이어졌다. 폭스바겐 매장만큼 영향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일부 고객들은 1~2건씩 사전계약을 취소했다. 이번 배기가스 조작 논란에 휩싸인 차종은 2009~2014년 생산된 '아우디 A3'를 비롯해 2009~2015년 생산된 폭스바겐 '제타' '비틀' '골프', 2014~2015년형 '파사트' 등이다. 국내에 팔린 의심차량만 15만대가량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사이익의 대상으로 꼽히는 현대·기아자동차와 일본 브랜드인 도요타와 혼다는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논란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디젤차에 대한 수요가 국산 차나 일본 차로 넘어올 수는 있지만 자칫 악용할 경우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 영업점 관계자는 "아직까지 독일산 디젤 차량을 고려했던 고객들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섣부른 추측일 뿐"이라며 "최근 기아차를 찾는 고객 가운데 디젤 수요가 늘고 있었던 만큼 우리 차량의 장점을 아는 고객이라면 수입차를 택하지 않고 옮겨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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