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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1월20일] <1299> 존 러스킨

침몰되는 여객선에서 한 부자가 빠져죽었다. 구명조끼 대신 금이 든 가방을 움켜잡았기 때문이다. 존 러스킨(John Ruskin)은 이 대목에서 질문을 던진다. ‘부자가 금을 소유했을까, 아니면 금이 부자를 소유했을까.’ 인간의 탐욕을 간단명료하게 표현한 러스킨은 당대 최고의 문필가이자 비평가. 81년 인생의 전반부를 화가와 작가, 건축ㆍ회화 비평가로 살다 후반부는 인도주의적 경제학을 주창하는 데 보냈다. 전통경제학을 ‘속물의 경제학’으로, 새롭게 고개를 드는 사회주의 경제학을 ‘죽음의 경제학’으로 비판했던 그는 명저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Unto This Lastㆍ1860)’를 통해 경제는 ‘이기심’이 아니라 ‘애정’으로 발전한다고 설파했다. 성서를 낱낱이 인용했기에 ‘성서 경제학’ 연구의 기본자료로 손꼽히는 이 책의 제목이 나온 곳은 마태복음 20장. 포도과수원 주인이 새벽에 인력시장에서 뽑아온 일꾼과 오후 늦게 선택돼 단 한 시간을 일한 일꾼을 가리지 않고 똑같은 품삯을 줬다는 성서의 비유를 따온 이 책은 노동의 평등성을 강조해 전통 경제학자들에게 맹공을 받았다. 당시에도 지금도 러스킨은 경제학의 이단자 정도로 여겨지지만 하루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작금의 경제현실은 ‘우리가 배운 경제원칙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국가적 파멸의 길이 있을 따름’이라는 그의 주장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러스킨은 1900년 1월20일 사망했으나 그의 생각은 결코 죽지 않았다. 식민지 태생의 돈 잘 버는 변호사였던 청년 간디는 러스킨의 책을 읽고 인도의 민중 속으로 뛰어들었다. 성서와 경제학을 연결하려던 러스킨의 궤적을 더듬을수록 떨치기 어려운 의문이 하나 있다. 기독교 복음화의 기적 사례라는 이 땅에는 왜 남을 밟고 올라서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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