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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 가치 잃은 물가지수

파 등 농산물값 폭등하는데<br>지수는 1~2% 상승에 그쳐


지난주 말 맞벌이 부부인 주부 손모(45)씨는 일주일치 식료품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에 들렀다가 미리 적어간 항목의 3분의2만 담아서 계산했다. 채소ㆍ과일ㆍ생선 등 식품가격이 크게 올라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끄집어내기를 되풀이했다.

실제로 서민 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신선식품이나 생활필수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파와 배추 가격은 각각 84.7%, 65.9% 껑충 뛰어올라 장바구니물가 상승세를 부추겼다. 감사와 고구마도 같은 기간 각각 55.6%, 41.5% 급등했으며 우유도 9.6% 뛰었다. 이처럼 서민들의 물가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정부가 최근 발표한 물가지수는 '4개월째 상승률 2%대'나 '2년8개월 만의 최저'등의 수사로 가득 채워져 있다. 현실을 반영해야 할 경제지표가 현실과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활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1.8% 오르는 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농수축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5.8% 상승한 것으로 발표됐지만 주부들이 체감하는 상승폭은 그보다 몇 배나 높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행이 9일 내놓은 6월 생산자물가지수도 마찬가지. 지난 5월보다 0.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림수산품의 경우 같은 기간 상승폭이 0.2%에 그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처럼 체감물가와 물가지수의 괴리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먼저 물가지수는 미리 정해진 품목을 기준으로 작성되지만 체감물가는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이나 자주 구입하는 상품에 따라 가격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물가지수는 표본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고 있어서다. 전수조사가 아니므로 모집단의 전체 특성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신뢰할 수 있는 물가지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표본이 되는 모집단을 충실히 대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조사하는 환경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정부는 올 하반기 소비자물가지수 개편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또 한은은 올해 말부터 발표하는 물가지수 산정품목을 1년 단위로 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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