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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산업 강자를 만들자] <상> IFRS4 2단계 도입과 불확실한 미래

시가 기준 부채 평가로 책임준비금 적립 폭탄에 8개 생보사 즉시 퇴출<br>심각한 경영상 타격으로 고객 해지사태 가능성도<br>채권 발행조건 완화 등 'IFRS 연착륙' 방안 시급


"국제회계기준(IFRS4) 도입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아직까지 그 파장을 정확히 가늠하기 힘듭니다. 보수적인 경영을 해야 하는 보험산업이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한 적이 없어요." 한 시중 생명보험사 고위임원은 요즘 느끼는 불안감을 이같이 토로했다.

보험업계가 저금리와 저성장에다 국제회계기준 도입까지 3중의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험사들이 가장 큰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은 3년 앞으로 다가온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이다. 한국 보험업 90여년 만에 가장 큰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대형 이벤트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IFRS 도입 앞두고 커지는 보헙업계 위기감=전 세계 보험사 회계에 대해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도입되면 보험사의 재무구조 급변이 불가피하다. IFRS4(2단계)의 핵심은 보험사 부채평가 방식을 기존 원가 기준에서 시가 평가 기준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보험사는 현재 부채 규모를 산정할 때 납입된 보험료를 기준으로 책임준비금을 결정한다. 그러나 IFRS는 앞으로 들어올 보험료와 미래에 지급할 보험금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할인해 부채로 계상한다. 예컨대 미래에 지급할 보험금이 100원인 계약의 경우 보험사는 이에 대한 부채를 현지 시장의 이자율을 적용, 계산해 회계에 반영해야 한다. 게다가 부채의 현재 가치에 대해 매번 시장의 이자율을 적용해 산출해야 한다. 그동안은 보험 계약 시점의 원가를 기준으로 부채를 계산, 책임준비금을 적립해왔다. 이에 따라 과거에 고금리 계약상품을 많이 팔았을수록, 또 시중금리가 내려갈수록 부채 규모는 급격하게 커진다. 또 시중금리가 변동할 때마다 부채 규모도 덩달아 변동한다.

조성준 생명보험협회 팀장은 "부채가 늘어나면 이에 대비해 책임준비금을 많이 쌓아야 한다"며 "이 경우 자본이 줄어들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IFRS 시행 후 회계상황을 금융감독 기준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보험사들의 건전성 지표에 미치는 악영향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말 재무상태를 기준으로 IFRS4(2단계)를 바로 시행한다고 가정하면 생명보험사의 가용자본은 기존 58조원에서 23조원으로 급격히 줄어든다. 보험사지급여력(RBS) 비율도 286%에서 115%로 절반에도 못 미치게 된다.

특히 개별 생명보험사 차원에서 보면 RBS 비율이 법이 정한 하한선인 100%에도 못 미치는 회사가 8곳이나 된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상태로 IFRS가 도입되면 보험사 건전성은 재앙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역마진에 건전성 악화 우려까지 겹쳐=보험사들은 국제회계기준 도입의 정당성은 이해하지만 저금리와 맞물리면서 경영상의 심각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저금리로 기존에 팔았던 고금리 상품의 역마진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보험료적립금 평균이율은 4.9% 안팎인 데 반해 보험료 운용자산 수익률은 4.5%선에 그치고 있다. 생보사들의 과거에 팔았던 5% 이상 확정이율 보험상품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40조6,00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보험사의 회계상 건전성 악화는 가입자의 불안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상 RBS 비율은 150%지만 보통 보험마케팅의 기준이 되고 있는 지표는 200%선이다. 200%는 돼야 일반 소비자들이 그 보험사를 믿고 계약을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회계기준 변경으로 RBS 비율이 떨어지게 되면 고객 이탈인 보험 해지 사태가 발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와 보험업계에서는 체계적인 IFRS 연착륙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부족한 자본을 메울 수 있도록 자본확충 규제요건 완화가 필요하다. 현재 보험사들은 채권 발행은 재무건전성이 심각하게 악화됐을 때만 가능하다. 또 채권 발행한도도 자기자본 범위 이내만 가능하다. 김 연구위원은 "해외 보험사나 국내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엄격한 채권 발행조건을 완화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험업계에서는 현재 일원화되고 있는 일반회계와 감독회계를 이원화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IFRS는 기본적으로 투자자를 위한 일반회계인 만큼 감독회계는 이와는 다른 부채평가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우리 현실에 맞는 감독 방안을 연구해 감독당국에 건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에서는 전문가와 업계관계자들로 구성된 IFRS4 2단계 준비 대응 태스크포스(FT)를 마련, 대응책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이기 때문에 도입을 미룰 수 없다"며 "다만 국내 보험산업과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청회 등 각종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 IFRS4는

보험사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계상하는 회계기준으로 이를 도입할 경우 보험사의 부채인 책임준비금이 급등하게 된다. 이는 보험사의 부채를 평가 시점의 이자율로 계산해 보다 보험사 재무상태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반면 무리한 책임준비금 적립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 및 지급여력비율 하락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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