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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기부천사 더 필요하다


올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연말 풍경은 많이 바뀌었지만 거리에 놓인 자선냄비만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자선냄비를 바라보는 시선은 많이 차가워졌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기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36%에 불과하다. 1인당 평균 기부액은 16만원으로 미국의 7분의1 수준이다. 특히 교육부에서 2만4,000여명 초중고생에 설문한 결과 인생에서 중요한 것 순위에 1위가 돈(52.5%)이었던 반해 봉사와 기부는 5.7%로 하위를 기록했다. 미래의 꿈나무들조차 나눔보다는 돈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셈이다.

연말 반짝기부 기업에 절대의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함께 나누는 훈훈한 인정이다. 중산층의 붕괴, 경기침체로 냉랭한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연말 기부금 모집을 위해 기업에 의존하는 과제물 해치우기식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선냄비에 거금을 넣고 사라진 노신사, 익명으로 계좌에 이체한 후원자들의 온정이 사회의 버팀목이 돼왔다. 빈병·폐지를 모아 성금으로 내놓는 할머니의 갈라진 손에서는 짠한 감동도 일어난다.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데 보통사람들의 힘이 필요하다.

개인 기부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상기해볼 점이 있다. 사회 지도층과 부유층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 부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따른다. 자칫 가진 자의 오만함과 인색함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부자들의 선행에 대해 미국사회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부유층 기부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줘 국민들의 98%가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소액기부가 전체 기부액의 77%에 달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10년간 모금 총액 중 개인 기부금은 36%에 그친다. 사뭇 대조적이다. 미국사회에서 기부는 소수 부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부유층부터 시작돼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우리 사회 부유층 선행을 위해서는 공공선(public good)의 관점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보다 기업가에 모아져야 한다.

기부활동의 주체는 개인이 돼야 한다. 우리 사회 기부 주도는 언론·종교기관·공공단체가 주류다. 주체가 사라지면 기부 열기도 한순간 식게 된다.



부유층 솔선·재능기부 활성화돼야

지속적인 기부를 위해서는 개인의 역량이 부각되는 재능기부 활성화가 중요하다.

재능기부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금전적 기부와는 달리 개인의 능력을 활용하는 장점 덕분에 마르지 않는 샘과 같다. 최근 아름다운재단이 오픈한 '개미스폰서(www.socialants.org)'는 개인이 기부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돕는 고무적인 사례다. 공익 소셜펀드를 표방한 개미스폰서는 제안자가 공익 프로젝트와 목표액수를 정하고 대중이 소액 기부금을 내 애초 책정한 기간에 목표액에 도달하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개인이나 단체가 직접 밥상을 차려 후원자를 초청하는 능동적 기부인 셈이다.

상시 기부문화도 정착돼야 한다. 지난해 연간 모금액 중 70%가 연말연시에 집중됐으며 올해도 목표액의 절반 이상을 12월 중으로 계획하고 있다. 연말에 집중모금하는 것은 오랜 관행 탓이다. 하지만 이제는 연말 반짝하는 관성적 행태에서 벗어나 평상시 생활 속에서 이뤄지는 기부문화가 필요하다.

우리 공동체문화에 온기가 흐르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기불황과 소득 감소로 주위를 돌아볼 여유마저 잃어버릴 지경이지만 아직도 따뜻한 나눔을 베푸는 온정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행복하게 만든다. 나눔은 공생을 위한 사회적 자산이다. 추운 겨울 사랑의 온도계가 오르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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