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책적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서 그 불똥은 당장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하반기 들어 예산 부족으로 정부의 무상보육서비스가 줄줄이 중단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도 관련 정책 당국들이 수개월째 서로 책임만 미루며 조기에 해법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3월 말 뒤늦게 총리실 산하에 지방재정 태스크포스(TF)라는 임시전담반을 꾸려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조직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간 책임공방 등으로 거의 100일가량을 소모했다. 그러다 당장 여권의 표밭인 서울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가 이달부터 차례로 보육예산 완전 고갈 사태를 맞이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정부는 그제서야 "이달 중 결론을 내겠다"며 뒷북을 때렸다.
해당 TF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사실 무상복지예산은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 마련해주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었다며 "하지만 재정난의 책임을 놓고 정부 탓이냐, 지자체 탓이냐라는 원론적 공방에 얽매이면서 시간만 잡아먹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예산을 풀어야 할 기획재정부는 의견을 조율하기는커녕 지방정부들이 살림 잘못해놓고 떼 쓴다는 식의 선입견으로 지자체를 몰아붙여 해법 조기모색을 지연시켰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복지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역시 지자체 보육재정난의 심각성을 제때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 단체장들 중 상당수가 야권 인사들이어서 일부러 보육대란을 방조했다는 마타도어(흑색선전)까지 나돌면서 정부와 지자체 간 불신의 벽은 되레 더 높아졌다.
재정부는 9일 해법 마련을 위한 정부안을 차관회의를 통해 만든 뒤 오는 19일 공청회를 열고 이달 중에 사태를 종결 짓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전해지는 해법의 수준은 지자체들이 채권을 발행해 돈을 빌리면 그 이자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수준이어서 부족 예산의 전액 지원을 요구하는 지자체들을 달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자체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사무위임을 통해 비용을 떠맡긴 각종 복지정책을 다시 정부사업으로 전환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달 말까지 사태가 진정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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