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 주식회사 대한민국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뜩이나 엔저 등으로 고전하는 상태에서 메르스 쇼크까지 겹치며 기업들의 실적이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특히 운송, 필수소비재, 화장품·의류, 호텔· 레저 업종 기업들의 이익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18일 금융정보 업체 와이즈에프앤에 따르면 3개 추정기관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167개의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2조8,688억원으로 한달 전(5월18일) 전망치보다 7,627억원(2.27%) 감소했고 불과 일주일 전에 비해서도 3,277억원(0.99%) 줄어들었다. 메르스 사태에 따른 내수침체 등 악영향이 기업들의 실적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2·4분기는 지난해 2·4분기 소비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회복세가 뚜렷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메르스 사태 이후 오히려 지난해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 보면 여행객 감소로 운송업종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달 전 대비 11.89% 감소했다. 필수소비재(-4.26%), 화장품·의류(-1.66%), 호텔·레저(-7.61%) 등의 이익전망치도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엔저로 정보기술(IT)·자동차 등 우리의 주력산업이 부진에 빠진 가운데 국내 경기의 버팀목이 돼야 할 내수 관련 기업들이 메르스 쇼크를 받아 경기 전반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메르스 사태가 3개월가량 지속될 경우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이 20조922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연평균 GDP의 1.31%에 해당한다. 세부적으로 투자는 3.46%, 소비는 1.23%, 수출은 1.98%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수출환경에 메르스로 인한 우리 사회의 불안감이 대외적으로 비쳐질 경우 해외투자가나 수출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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