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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상투적 협박 단호히 대처해야
입력2003-05-21 00:00:00
수정
2003.05.21 00:00:00
김한진 기자
19일부터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 5차 회의에서 북측 단장이 했다는 발언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북측의 단장 박창련은 20일 회담 첫날 기본발언에서 “만약 남측이 핵 문제에 추가적인 조치라면서 대결방향으로 나간다면 북ㆍ남관계는 영(零)으로 될 것이며 남쪽에서는 헤아릴 수 없는 재난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94년 김영삼 정부시절 판문점회담에서 한 북측대표의 `서울 불바다`발언을 연상케 하는 명백한 협박이다. 특히 `헤아릴 수 없는 재난` 운운한 것은 북측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과시하는 발언이라고 여겨진다.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 보유를 시인한 핵무기를 이용하여 남측을 정면으로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측 김광림 수석대표가 북측에 대해 “우리측의 성의에 악의로 대하는 것이고, 6.15공동선언의 정신에도 배치되는 엄중한 일”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납득할 만한 해명을 요구한 것은 매우 잘 된 대응이다. 경협위가 열리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해명요구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협박성 언사를 일삼는 북측의 무례한 협상태도는 그 동안에도 무수히 있어왔다. 북측의 그런 태도는 우리측의 지나치게 유화적인 협상자세에 상당부분 기인한 것이라고 본다.
그 같은 북측의 협박을 더 이상 좌시해선 안 된다. 남쪽이 `헤아릴 수 없는 재난`을 당한다면 북쪽 역시 온전할 수 없다는 점과 그에 대한 우리의 준비와 각오를 명백하게 전달해 북의 협박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처음 열린 남북회담에서 북측이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시험하고 있음을 유념해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북측이 한미정상회담 내용에서 문제 삼은 것은 북한이 핵 위협을 증대시킬 경우 추가적 조치를 검토한다는 것과, 남북교류와 협력을 북한 핵 문제와 연계한다는 대목이다. 북한의 핵무기 제거는 한미양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 북한의 우방과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원하는 바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한 채 핵 포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 사태의 본질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불바다` 발언 당시 남측 여론이 크게 자극을 받아 남북관계는 상당기간 동안 냉각됐다. 이번엔 해명을 단호히 요구하되 그 때처럼 우리가 먼저 경직적으로 대응할 것 까지는 없을 것이다. 사회의 분위기도 그때와는 다르다. 더욱이 북측이 “6.15정신에 맞게 주변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민족끼리 화해와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경협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한진기자 siccu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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