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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구조조정 앞두고 '2중고'
입력2000-06-18 00:00:00
수정
2000.06.18 00:00:00
성화용 기자
은행권 구조조정 앞두고 '2중고'중견그룹 위기설… 충당금 적립부담 고심
2차 구조조정을 앞둔 은행권이 갑작스런 「이중고」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뜩이나 합병증후군에 시달리면서 중견그룹의 위기설에 따른 충당금 적립 부담에 고심하고 있는데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자금시장 안정대책도 자칫 부실 확대 재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계기업 지원에 활용될 10조원 규모의 채권전용 펀드에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고 한시적으로 허용되는 단기신탁 역시 「B급 어음」에 투자하는 데 따른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자금시장 대책은 결국 구조조정을 앞두고 「움직이지 않는 은행」을 억지로 움직여 자금 숨통을 틔우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이로 인한 후유증은 고스란히 은행의 몫으로 남지 않겠느냐는 것이 금융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한 시중은행장은 18일 『공적자금 투입은행은 어차피 정부 주도로 금융지주회사에 의한 짝짓기가 이루어지겠지만 여타 시중은행들은 상황이 다르다』며 『합병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건전성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전략수립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H은행 한 임원도 『현재 거론되는 중견기업의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최대 2%포인트 안팎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제, 『그렇다고 무작정 여신 회수에 나설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또다른 은행 임원도 정부가 금융지주회사 설립에 앞서 공적자금을 추가 투입할 경우 임원문책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점을 상기, 『2금융권의 거듭된 기업대출 축소에 은행권이 대응할 수 있는 수준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궁지에 몰려 있다. 마치 최근의 자금시장 위기가 은행의 책임인 것처럼 내몰리고 있지만 실상 사활이 걸려 있는 중대한 시기에 시장을 살리기 위해 총대를 매겠다고 나설 수 있겠느냐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은행에 책임 떠넘긴 「자금시장대책」=은행권은 정부가 내놓은 자금시장 안정대책에 대해서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채권전용 펀드에 돈을 댈 곳은 현실적으로 은행 밖에 없고 단기신탁 역시 은행권으로 하여금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는 한계기업 어음」을 책임지라는 요구와 다름없기 때문.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자는 『정부의 이번 대책은 「제2의 채권시장 안정기금」과 다른 게 없다』며 『특히 새롭게 나온 「10조 채권투자전용펀드」는 위험도가 높은 투기등급 회사채 매입에 자금투입이 이루어지는 만큼 잠재부실 요인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신탁은 은행권의 오랜 숙원이었지만 「자금시장대책」으로 그 용도가 제한돼 오히려 큰 짐이 됐다. 시중은행 신탁담당 임원은 『최근 「A3」등급 어음도 들떠 보지 않는데 단기신탁으로 들어온 자금은 「B」급 어음 매입에 일정 비율 이상 투입해야 할 전망』이라며 『과연 위험을 감수하고 단기신탁 영업에 적극 나설 은행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논란이 된 대우 담보 기업어음(CP)에 대해 정부가 80%만 지급하겠다고 나선 데서 볼 수 있듯 이번 안정대책에 따라 추후 부실 요인이 발생할 때 정부가 이를 보전해주길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단정짓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만 또다시 냉가슴을 앓게 됐다』고 말했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6/1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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