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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 기초과학 혁신 필요하다


최근 노벨상 수상자의 이름들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전세계 언론은 스웨덴 노벨재단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를 주목했다. 수상자들의 소감을 들어보면 '상상력' '궁금증' '질문' '인간' '진리' '가치'라는 단어들이 반복되는데 이는 바로 지식창조의 원리들이다. 기초과학은 본질적ㆍ근원적인 문제들에 대한 도전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1964년 힉스 입자의 존재를 각각 예견한 피터 힉스 교수를 비롯한 두 명의 물리학자가 49년이 지난 오늘 그 '예견'을 인정받아 영예의 공동 수상자가 됐다. 힉스 교수는 수상소감에서 "기초과학의 '비현실적'인 연구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상상력'의 중요성과 '비현실적'이라도 이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용만을 강조하는 일부 흐름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연구환경 경직 단기 성과내기 급급

기초과학 연구결과의 영향력은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나타난다. 미국의 자료에도 대학 연구가 기업에서 특허로 활용되기까지 8.3년이 걸리고 기초연구는 20~30년에 걸쳐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경제성장과 깊이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내용도 본래의 연구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엉뚱한 방향에서 그 진가를 드러내곤 한다. 지식정보시대를 만들어낸 컴퓨터는 바로 수리논리학의 '불완전성 정리'의 증명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게 돼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기초과학에 대해 조급하게 실용을 기대하고 있으며 지원방식도 경직돼있다. 단기적 안목으로 투자 대비 성과를 내놓으라 다그치는 상황, 이런저런 프로젝트 얻어내기 바쁘고 논문 수 채우기 급급한 환경에서는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사실 1990년대부터 BK21 등 기초연구 지원이 제대로 이뤄진 후 과학논문인용색인(SCI) 논문은 세계 11위가 될 정도로 우리의 기초연구 역량은 양적으로는 크게 발전됐다.

오늘의 과제인 4만불 시대를 여는 과학기술을 확보하려면 큰 돌파구가 필요하다. 기초과학의 몫이다. 그러므로 기초과학의 생태계를 새롭게 점검하고 혁신해야 할 때다. 특히 기초연구에 대한 철학을 제대로 세우고 연구비 지원규모, 지원방식, 평가 및 관리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기초과학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규모가 우선 크게 확대돼야 한다. 현재 연구역량이 크게 무르익은 중견연구자들의 선정률이 10대1이다. 이미 검증된 연구자들 10명 중 9명이 연구를 포기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국가적으로 큰 재앙이다. 역량 있는 연구자들이 크게 증가한 것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정부는 국가 연구개발비 중 기초연구의 비중을 40%라고 밝히고 있지만 국가 연구개발 예산 16조9,000억원 가운데 실제 연구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지원되는 연구비는 1조원 정도로 6%를 조금 넘는 정도다.

멀리 보고 연구자 지원 대폭 늘려야

또 연구자들이 한 우물을 파듯이 장기적으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한 지원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최고의 연구력을 가진 연구자들도 '계속 연구 가능할지'를 늘 염려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이는 유연한 연구비 관리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평가는 '영향력'관점으로 혁신돼야 한다. 이제는 SCI, 사이언스, 네이처 논문 수, 인용횟수를 따지는 단계를 넘어 그 연구 결과의 영향력을 평가해야 한다. 기초과학은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도전해 학문 또는 인류 발전에 기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연구비 관리도 잘못 활용되는 연구비 0.2% 때문에 나머지 99.8%에 대해 과도한 정신적ㆍ행정적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

어느 대기업 책임자로부터 '응용개발보다 먼저 기초를 튼튼히 해달라'는 당부가 있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종합성적 1위를 만들어낼 정도로 다음 세대들의 역량은 고무적이고 기대이상이다. 희망적이다. 이제는 창조의 기반인 자율과 지원의 환경을 혁신시키는 일만 남았다. 글로벌 경쟁을 위한 기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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