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들이가 일상인 시대가 열렸다. 연간 영화관객이 2억명을 넘어서며 국민이 1인당 연간 영화를 4편씩 보는 세상이 됐다. 한국영화의 질적성장과 함께 가족단위 관객들이 몰리면서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지난 16일까지 전국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1억9,964만481명을 기록했다. 지난 16일 평일 하루 동안의 관객이 31만2,200명이었음을 감안하면 18일에는 2억명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총 연간 영화관객 수가 2억명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영화관객은 2004년 6,925만명에서 2005년 1억2,335만명으로 1억명선을 넘어선 후 줄곧 1억4,000만~1억5,000만명선을 유지하다 지난해 1억9,489만명을 기록했고 이번에 2억명선을 돌파한 것이다.
영화시장 확대의 일등공신은 한국영화의 성장이다. 2010년에는 비중이 외화보다 작았지만 2011년 역전에 성공했고 이후 격차를 넓혀가고 있다. 올해 한국영화 관객이 59.1%를 차지한 반면 외화는 40.9%에 그쳤다.
올해 잇단 대박 영화가 국내 영화시장을 이끌었다. 관객 500만명을 넘긴 영화가 무려 10개였는데 이 중 한국영화가 8개나 됐다. 지난해의 경우 500만 영화가 5개, 한국영화는 3개였다. 1,280만명을 기록한 '7번방의 선물'을 비롯해 '설국열차(934만명)' '관상(913만명)'이 관객을 대거 끌어모았다. '베를린' '은밀하게 위대하게' '숨바꼭질' 등도 500만~700만명을 모으면서 일조를 했다. 한국영화의 성장은 영화계의 전반적인 업그레이드에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외에 스토리로 승부하는 중소형 영화들도 고르게 사랑 받았기 때문이다. '7번방의 선물'이 스타배우 없이 1,200만명을 동원한 것을 비롯해 '설국열차' '관상' 등에서도 소재의 다양화를 볼 수 있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숨바꼭질' '더 테러 라이브' 등은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흥행을 이끌었다.
영화시장의 성장은 관객들의 패턴 변화로도 읽을 수 있다. 2억 관객에 가장 기여한 연령대는 40대다. 영화 예매율을 보면 40대의 비중은 지난해 처음 20대를 앞지른 후 계속 커지고 있다. 현재 30~40대의 관객이 차지하는 비율은 70%가량이다. '7번방의 선물'의 경우 40대 이상이 42%, 30대가 37%였다. 이들이 10대 자녀들과 함께 극장을 찾으면서 관객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영화계가 선전했지만 문제점도 없지 않았다. 대형 투자배급사와 극장들의 스크린 과점 해소를 통한 다양한 영화의 공급, 열악한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 한국영화와 외화의 부율(극장과 배급사 사이의 입장료 수익배분 비율) 등 해결해야 난제가 여전하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관객 2억명 시대는 한국영화의 질적성장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이뤄졌다고 본다"며 "여기에 장기불황에 시달리는 국민이 저렴한 문화활동으로 영화를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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