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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델社 “IT불황 남의 이야기” 5년간 매출 2배
입력2003-01-23 00:00:00
수정
2003.01.23 00:00:00
서정명 기자
(해외특약)-USA투데이
수년간 지속된 정보기술(IT) 산업의 불황으로 대다수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델 컴퓨터만이 지난 5년간 매출이 180억 달러에서 350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델은 개인용 컴퓨터(PC)에서부터 서버에 이르기까지 손대는 사업마다 경쟁 업체를 제치면서 선두 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델 컴퓨터의 성공은 월마트, 맥도널드, 사우스웨스트 항공 등 각 분야의 선두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써왔던 전략을 따른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바로 생산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 과정을 완벽히 규격화하고 그 것을 충실히 따른 것.
이와 관련, 마이클 델 최고경영자(CEO)는 “재고 관리를 중시했던 월마트의 창립자 샘 월튼의 경영 원칙을 귀감으로 삼았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델은 인터넷이나 전화 주문을 통해 고객에게 직접 판매함으로써 대리점을 없애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경쟁사들이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생산비 절감을 실현했다.
그러나 델의 경쟁사들은 그 동안 델의 성공 원인을 간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것이 너무도 단순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생산비 최소화 전략=연구개발(R&D) 투자가 IT 기업의 성장 원동력이란 사실은 이제 원론적인 얘기. 델의 연간 R&D 투자액은 약 4억4,000만 달러로 경쟁 업체인 휴렛 팩커드(40억 달러)의 10분에 1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난 7년간 델의 데스크탑 PC 시장 점유율은 12.5%포인트 증가, 현재 16%인 휴렛 팩커드(휴렛 팩커드와 컴팩을 합친 경우)와 어깨를 견주는 수준이 된 것은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다.
이 같은 의문은 델의 생산 공장에 들리면 풀린다. 공장벽에 한 가득 붙어있는 특허 증명서는 대부분 생산과 유통공정에 관련된 것들이다. 이 것이 바로 델의 성장을 뒷바침해 온 원동력이다.
델의 생산ㆍ유통 공정은 경쟁사들이 감히 엄두를 못 낼 정도로 효율적이다. 델은 주문을 받는 즉시 부품을 조달 받는 방법으로 부품 보관 창고를 없앴다. 또 다른 업체들의 재고 보관 시간이 평균 수 주일인 반면 델의 재고 보관 시간은 평균 7시간에 불과하다. 델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랜디 글로브는 “이런 방법으로 델은 생산원가를 경쟁사들에 비해 10% 정도 낮췄다”며 “경쟁사인 게이트웨이나 IBM의 데스크탑 PC 생산원가가 500달러라면 델은 450달러인 셈”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다른 경쟁사들은 10% 불리한 상황에서 델과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생산책임제를 통해 제품의 질을 높이고 있다. 생산책임제란 각각의 PC마다 관리자를 두고, 제품에 결함이 생길 경우 해당 관리자에게 책임을 묻는 제도다.
◇적절한 사업 확장=생산비를 낮추는 방법으로 델이 현재의 성장을 일구었지만 이 전략이 미래의 성장까지 보장하지는 못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델은 적절한 타이밍에 자신 있는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이런 전략과 관련, 델은 “기술의 발전엔 일정한 유형이 있다”는 말로 설명한다. 신기술 개발 초기엔 관련 제품의 수익 폭이 30~40%로 크지만 시간이 가면서 이 기술은 업계의 일반적인 것이 되고 따라서 수익 폭은 줄게 된다. 이런 식으로 가면서 수익 폭이 최소화되는 시기가 바로 신규 사업 진출의 적기란 것이다.
이런 전략을 통해 델은 데스크탑 PC에서 시작해 노트북 PC, 워크스테이션, 서버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현재는 특히 휴대용정보단말기(PDA), 스위치 등 전혀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으로 팜이나 시스코 등의 이종 업체들마저 긴장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델의 쾌속질주를 저지할 상대가 과연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컴팩과의 합병으로 탄생한 거대 기업 휴렛 팩커드가 그 역할을 해줄 것으로 점치지만 정작 업계 전문가들은 그 반대의 경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상물정 모른다는 비난을 받으며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다니던 델 CEO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탈바꿈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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