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부조달시장 규모는 우리나라의 50배에 달하는 만큼 앞으로 국내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무궁무진합니다. 유망 중소 조달기업들이 해외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
민형종(사진) 조달청장은 지난 4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국내 조달시장만으로는 중소기업들의 판로개척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연간 5조달러에 달하는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청장은 "조달청이 지금까지 구축해놓은 20개 국가 정부조달기관과의 상호협력관계를 활용해 우수조달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특히 미국과 중국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터키ㆍ러시아 등 8개 타깃 국가별로 경쟁력을 갖춘 유망 기업을 선별해 집중 지원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조달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해당국에 대한 정보 확보와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한데 이를 직접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민 청장은 "조달청이 정부 간 협력관계를 통해 구축해놓은 네트워크를 지원하면 우리의 우수한 중소 조달기업 제품이 해외조달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많이 열릴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조달청은 현재 우수조달기업의 해외시장진출을 위해 국가별 상담원을 지정해 운영하는 것을 비롯해 해외조달시장 분석과 조사지원, 시장개척단파견, 수출상담 통ㆍ번역비 지원, 해외 박람회 참가 지원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에는 20여차례에 걸쳐 해외 조달공무원을 국내로 초청해 조달설명회를 개최함으로써 우리 우수조달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도와줄 계획이다. 그는 "현재 미국과 중국ㆍ터키ㆍ인도네시아 등 8개 타깃 국가를 정해 유망 중소 조달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이들 타깃 국가를 순차적으로 30개까지 늘려 오는 2017년에는 유망 중소조달기업의 수출이 5억달러를 넘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청장은 박근혜 정부의 최대 국정목표 가운데 하나인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조달청이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연간 100조원에 달하는 공공조달을 적극 활용하면 새로운 산업과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민 청장은 특히 서비스업 경쟁력 제고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의 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매우 중요하다"며 "이에 따라 공공조달시장도 물품과 공사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해 조달시장 내 서비스 거래를 촉진함으로써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청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현장 방문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취임 초기 20대 40여명이 조그만 공간에서 모바일 서베이라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있는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79.5%에 달하는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활용해 조사하는 기법인데 기존 조사방법에 비해 시간은 100분의1만 걸리고 비용은 10분의1만 소요되면서도 높은 응답률을 보이는 첨단 조사방법이더군요. 비교적 간단한 서베이의 경우 공공기관 등에서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우선 나라장터 쇼핑몰 등록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민 청장은 수학여행과 농촌체험프로그램 등을 조달시장에 등장시킨 데 이어 연내 다수 공공기관이 공통적으로 요청하는 용역서비스인 통ㆍ번역과 택배ㆍ공무원단체보험ㆍ출장서비스 등 20여개 서비스품목도 다수공급자계약(MAS)을 통해 쇼핑몰에 등록하겠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조달정보와 나라장터 시스템의 민간개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겠다는 청사진도 공개했다.
"주요 조달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입찰ㆍ계약 등의 정보를 오픈 소스로 제공하면 민간이 이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10월부터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사회복지단체 등 비영리기관이 나라장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인데 이를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투명성까지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갑을관계는 조달시장에서도 풀어야 할 숙제 가운데 하나다. 하도급 업체에 계약서에도 없는 추가 작업을 요구하거나 하도급 대금을 제때에 지불하지 않는 등의 불공정 행위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민 청장은 "중소업체가 조달시장에서 불공정 거래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제도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조달청은 특히 창조경제의 핵심인 소프트웨어(SW) 사업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분할발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경쟁력 있는 국산 SW를 적극 발굴해 나라장터 쇼핑몰을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
조달청은 최근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중소 건설업체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민 청장은 "조달청에 등록된 건설업체 가운데 99.2%가 중소 건설업체이지만 연간 공사계약은 전체(14조원)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등급제한을 통해 중소 건설업체의 수주영역을 보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부터 중소건설업체 수주영역인 2등급 이하 공사에서 상위등급 업체의 지분을 20% 이내로 제한하기 시작했고 1등급은 10% 이내로 제한해 중소 건설업체의 수주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또한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공사에서 하도급대금 직불 약정비율을 하도급 계약금액의 20%에서 30%로 확대해 하도급대금 체불을 방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업체가 동시에 주계약자가 되도록 함으로써 전문건설업체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없도록 원천 차단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 청장은 중소 제조업체의 고충 가운데 하나로 필요한 원자재를 적기에 저렴하게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알루미늄 등 6대 비철금속과 희귀금속을 대상으로 비축사업을 추진 중인데 현재 국내 수입수요의 48일분을 비축하고 있어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2015년 60일분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다만 정부비축의 경우 재원 부담 때문에 추가로 확대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어 민간비축을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실제로 법적·제도적 장치와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민간의 비축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이 구리 100억원을 비축해 이를 바탕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거래소에 상장·운영 중이고 LG상사가 알루미늄 2,000톤을 조달청 비축창고에 비축해놓고 있다.
조달청은 창조경제에 기반을 둔 경제 살리기에 기여하기 위해 현장에서 제안된 사항을 중심으로 전문가 자문을 거쳐 100대 혁신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혁신과제의 주된 추진 방향은 ▦공공조달 수요를 활용한 창조경제 지원 ▦수요기관과 거래기업 중심의 조달서비스 혁신 ▦개방ㆍ공유ㆍ협업ㆍ소통 중심의 일하는 방식 개선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지원, 재정건전성 제고 효과를 거둔다는 복안이다.
민 청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만든 100대 조달혁신과제를 차근차근 추진해나가면 연말쯤 큰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국민세금인 국가예산이 알뜰하고 투명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조달시장을 운영하고 설계예산검토 등을 통해 정부의 재정건전성제고와 경제 활성화에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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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 청장 역점 정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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