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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클릭] 2억원 짜리 퍼터


'네 무엇을 달라고 하느냐/네 소원을 다 일러라/연지분 주랴 면경 석경 주랴'경기 민요 12잡가 중 하나인 '방물가(房物歌)'의 한 대목. 떠나는 님에 대한 여인의 안타까움을 온갖 노리개 등으로 달래려는 촌부(村富)의 모습이 가관이다. '팔불출(八不出)'에 자식과 마누라 자랑은 끼어도 돈 자랑은 없는 이유도 그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조롱거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라'는 옛말이 있다. 가뭄이 들면 곳간을 헐어 굶주린 이들에 대한 구제에 나선 조상도 적지 않다. 제주에 큰 기근이 들자 가진 돈을 모두 들여 쌀을 사다 관아에 기부한 거상 김만덕, '사방 백리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던 경주 최 부자 가문이 대표적인 예다. 요즘에도 고물을 팔거나 노점상을 하며 평생 모은 돈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선뜻 내놓는 이들이 나타난 것도 돈에 대한 옛사람들의 생각이 담긴 흔적이리라.

△하지만 세상에는 아직 돈을 제대로 쓰는 정승 근처에 못 갈 사람들 천지다. 러시아의 20대 최고경영자(CEO)는 5,000루블(약 17만원)짜리 지폐로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날리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온갖 보석으로 치장한 2억원대 구두가 있는가 하면, 황금으로 만든 변기와 목욕탕, 침대로 만든 객실을 하룻밤에 2,000만원 받고 재워주는 홍콩 호텔도 있다. 우리도 과거 벤처붐 때는 강남 룸살롱에 하루 수천만원씩 뿌리는 졸부들이 넘쳐났다. 돈의 무게에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영혼 없는 존재가 이렇게 많다.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에서 30일부터 개당 2억1,000만원짜리 초호화 골프 퍼터를 판매한다고 한다. 다이아몬드, 루비 등 보석을 두르고 명장들이 5년간 힘을 합쳐 만들었기에 웬만한 지방 아파트 한 채의 가격이 매겨졌다는 게 백화점 측 설명이다. 그렇다고 이 퍼터가 골퍼의 실력에 관계없이 골프공을 홀 컵에 쏙쏙 넣어줄까. 빚 걱정 전셋값 걱정에 하루하루가 지옥인 서민들에게 비아냥을 받지나 않으면 다행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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