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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젊음의 열정을 착취하는 자본주의 현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br>(한윤형·최태섭·김정근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너희는 하고싶은일하면서 살잖아"
열정이란 명분으로 노동을 강요하고
남의 富만 살찌우는 사회구조 비판
절대선처럼 여겨지는 젊은이들의'열정'이라는 개념을 다소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열정이 현대 자본주의 하에서 어떻게 노동이 됐는지 현실을 짚어본 이른바 '열정노동론'이다. 저자가 지적하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영화를 비롯한 문화창작 분야다. 지난 2월 생활고에 시달리던 젊은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의 죽음으로 인해 영화인들의 열악한 처지가 널리 알려졌듯이 2009년 기준으로 영화 스태프의 연평균 소득은 623만원에 불과하지만 영화판은 항상 '나는 다르다'는 열정만으로 뛰어드는 젊은이들로 넘친다. 미국의 경우 업무가 분업화돼 있어서 평생 영화 현장에서 하나의 일만 하면서 먹고 사는 시스템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스태프 하나가 일당 백이 되어야 하는 시스템이다. 고용형태도 대부분 비정규직이고 업계의 정년은 통상 35세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전히 영화판은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영화인들은 그런 뜨거운 열정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하는 것이 현실이다. '너 말고도 일할 사람 많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프로 게이머나 연예인들도 후원기업이나 기획사에 소속돼 자신의 열정으로 다른 사람의 부를 불리는 구조에 편입된 열정노동자들이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프로게이머 세계의 경우 10여명이 채 되지 않는 억대연봉자의 뒤에는 열정만 갖고 이 세계에 뛰어든 수백명이 있고 그나마 이 세계에 진입조차 하지 못한 수천명이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들은 이밖에 파티시에나 소믈리에처럼 대중문화가 만들어놓은 판타지에 힘입어 열정을 바치게 된 일부 서비스업 종사자들이나 "돈 벌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명분 아래 일하는 시민단체나 진보정당 상근자 등 다양한 열정 노동자들의 현실을 소개한다. e스포츠 역시 밑바닥에 있는 클랜(같은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 숙소 운영자부터 e스포츠 언론, 협회 임원까지 수많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틀에 세상 물정 모르는 10~20대가 그들의 열정을 바탕으로 가치를 생산하는 세계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으로 변했을까. 저자들은 열정에서 생산력 향상의 동력을 찾으려 한 세계 자본주의의 흐름과 사회적 안전망이 튼실하지 않은 상황에서'열정을 가지고 스스로를 경영하라'고 장려한 1990년대 우리 사회에서 그 배경을 찾는다. "국가와 자본은 사람들의 열정을 필요로 했다. 동시에 신자본주의는 '불안정함'이라는 운명을 새 시대에 부여했다. '나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말이 거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요구됐다." "너희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잖아",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번다"는 얘기는 좋은 말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열정적이어야 한다는 시대의 요구에 따르는 것은 맞지만 노동의 미학화를 통해 열정노동을 만드는 구조는 비판돼야 된다고 강조한다.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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