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번 대책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은 항공사고를 낸 항공사에 대한 벌칙 규정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현행 규정은 항공사가 사고를 일으킬 경우 인명피해 규모에 따라 운항정지나 과징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5명 미만이 사망한 사고라면 30일의 운항정지나 5억원의 과징금만 물도록 돼 있다. 사망자 100명 이상의 대형사고는 운항금지 120일 또는 과징금 30억원, 150명 이상은 150일이나 40억원, 200명 이상일 때에는 180일 운항정지나 50억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통상 항공사에 타격이 큰 운항정지 대신 가벼운 과징금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4명의 사망자를 낸 항공기 사고라도 5억원만 물어주면 되는 셈이다.
항공안전위는 인명사고가 일어날 경우 되도록 운항정지 조치를 하고 불가피할 경우에만 과징금을 내도록 하는 안을 제안했다. 또 과징금 액수도 운항정지를 하는 것과 맞먹는 정도로 금액을 높이도록 했다. 과징금은 운항 횟수에 따라 다르게 매겨지는데 미주 노선의 경우 하루에 한 편만 비행기를 띄운다고 가정해도 5인 미만 사고 과징금 규모는 50억~60억원으로 현재(5억원)의 10배 이상으로 대폭 높였다.
이동호 항공안전위원장은 "과거 항공사가 몇 개 없을 때에는 승객불편을 줄이기 위해 운행정지를 자제했지만 요새는 대체항공편이 많은 만큼 항공사가 사고를 내면 되도록 운항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하고 현재 과도하게 낮은 과징금 수준도 운항정지의 효과와 비슷하게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했던 저비용항공사나 외국항공사, 헬기를 비롯한 소형항공기에 대한 관리감독도 대형항공사 수준으로 강화된다. 먼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나 미국연방항공청(FAA), 유럽연합(EU) 등에서 항공안전 블랙리스트로 지정한 외국항공사의 경우 우리나라 신규 취항을 금지하거나 이미 운항중인 경우도 2년 내에 개선되지 않으면 운항을 금지하는 강력한 제제방안이 검토된다. 현재 우리나라에 취항한 블랙리스트 항공사는 카자흐스탄 국적의 에어아스타나와 필리핀 국적의 세부퍼시픽,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에어비쉬켁 등 4개국 6개 항공사다.
저비용항공사는 안전면허(AOC)를 내줄 때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존 점검항목뿐만 아니라 재무능력과 투자계획까지 평가 받아야 한다. 영세한 저비용항공사가 자금부족으로 안전 관리까지 방치하는 상황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항공기장과 부기장을 최소 6명 이상 두도록 규정하고 경력 조종사를 뽑거나 비행기 기종을 바꿔 운항할 경우 조종사 평가와 훈련 기준도 강화한다. 정부가 저비용항공사 정비 격납고나 종합훈련센터 등이 부족한 점을 감안해 저비용항공사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임대하는 안도 포함됐다.
앞으로는 헬기를 비롯한 소형항공기 운항사도 대형항공사만 받도록 돼 있던 안전면허를 필수로 받도록 하는 등 관리감독이 강화된다. 최근 10년간 항공사고 34건 가운데 헬기ㆍ소형기 사고는 21건, 62%로 항공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항공안전위는 헬기 조종사가 실시간으로 장애물이나 기상상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항공 내비게이션을 개발하고 헬기장 상태나 설비 등을 점검해 주요 헬기장 주변장애물이 표시된 항공지도 제작도 건의했다.
항공안전대책에는 이 외에도 항공기 기장 기량 재평가를 실시해 등급을 매기고 이착륙이 어려운 해외 공항으로 항공기가 취항할 경우 기장의 기량이 일정 등급 이상일 때에만 운항허가를 내주는 등 조종사 자격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김포와 김해, 제주공항 등 국내 주요 공항의 활주로 설비를 보완하고 항공안전감독 인력도 확충하기로 했다.
이광희 국토부 운항안전과장은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항공안전종합대책이 최종 확정되면 내년 1월부터 안전 강화 대책이 본격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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