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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다시 국민 앞에 선 국민연금
입력2008-01-30 17:22:53
수정
2008.01.30 17:22:53
고령화 시대의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인 국민연금이 시행 20년을 맞았다. 지난 1988년 연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매달 빠지지 않고 보험료를 낸 60세 이상의 가입자들이 올해부터 완전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월 평균 13만9,000원을 낸 완전노령연금 수급자1만2,926명이 그보다 5.2배나 되는 월 평균 72만4,000원을 받게 된다.
본격적인 국민연금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성년이 되는 동안 국민연금은 많은 성장통을 겪어왔다. 한때는 ‘국민연금의 8대 비밀’이라는 불만 사항이 인터넷을 통해 들불처럼 번지면서 국민연금 무용론이 대두됐고 때늦은 재정추계로 기금고갈의 불가피성이 알려지면서 연금개혁 논쟁은 가속화했다.
그러나 몇 년 동안이나 갑론을박하다가 지난해 겨우 국회를 통과시킨 국민연금 개선책은 ‘그대로 내고 덜 받는’ 일종의 타협안이어서 연금고갈 시기만 오는 2046년에서 2060년으로 늘어났을 뿐 미봉책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새 정부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국민연금이 가야 하는 고난의 길은 아직 끝난 것 같지 않다. 기초연금을 주장해오던 한나라당이 집권함에 따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또다시 개선안 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개선방향이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전환한다는 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만큼 최소한의 기초연금에 소득비례연금을 가미한 중층구조의 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례로 새로운 국민연금 지급 방식은 모든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생애평균소득(A값)의 10%에 해당하는 16만8,000원을 정부 재정에서 먼저 주고 국민연금 급여율은 지난해 개정안의 40%에서 30%로 낮춰 당초 목표대로 2028년 소득대체율 40%에 맞춘다는 복안이다. 가입자들은 지난해 개정안대로 받게 되고 국민연금의 잠재부채는 정부 지원액 만큼 줄어들어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초연금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재정부담이 늘어난다는 단점이 불청객으로 따라온다.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려면 당장 내년에 약 5조5,000억원의 재원이 마련돼야 할 뿐더러 2028년에는 22조3,000억원으로 그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윗돌 빼내 아랫돌 고이는 격이다. 반면 중층구조의 국민연금 방식은 중산층 이상의 가입자에게 지금보다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급여율의 10%인 기초연금은 가입자 생애평균소득인 168만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정안도 중산층 이상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약화된 것으로 평가됐는데 다시 급여액이 깎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기초연금과 함께 소득비례연금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쥐꼬리 연금’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는 현재 9%인 보험요율을 다소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도 전체 가입자 1,820만명 가운데 무려 28%인 510만명이 납부유예자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무턱대고 보험료를 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현재 월 360만원인 기준소득 상한선을 월 480만원 안팎으로 올리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소득비례 속성이 약한 현행 국민연금을 개선해보려는 궁여지책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기초연금의 도입 여부는 재정 여건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후세대의 부담이 늘면 세대 간 갈등을 촉발할 소지도 높다. 또한 국민연금을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하면 중산층 이상에는 다소 도움이 되겠으나 저소득층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저소득 가입자에게 정부 지원으로 최소한의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최저연금보증제의 도입이 거론되기도 한다.
사보험 시장의 보이지 않는 견제 속에서 성장해온 국민연금은 이제 다시 국민의 이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세대갈등이나 계층갈등을 유발하는 연금개혁 논의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개혁이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의 개혁과 함께 논의돼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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