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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Life] '먼나라 이웃나라' 완결판 낸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

강대국 세계사 끝냈으니 이젠 제3세계 역사 그려야죠<br>21세기엔 민족갈등 문제 부각 '가로세로 세계사' 집필 전념할 것<br>'시관이와 병호의 모험' 이름 바꿔 1981년 소년한국일보 연재한 것이<br>'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의 시작 중국·태국 등 이어 佛 수출도 추진




그냥 만화가 좋았다. 어려서부터 틈만 나면 만화 그리기에 열중했다. 고등학교 때는 이것으로 신문사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했다. 대학은 건축학과에 입학했지만 갈증은 가시지 않았다. 독일 유학을 가면서 전공을 디자인과 미술사로 바꾸며 만화에 한걸음 다가섰다. 유학생활의 경험은 그대로 만화에 우러났다. 그의 만화는 마침 유행처럼 번지던 화두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크게 히트했다.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이원복(67ㆍ사진)의 역사만화 '먼나라 이웃나라'다. 그 시리즈가 첫 권 출간 33년 만에 완결됐다. 그는 서울경제신문과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여행에서는 아는 만큼 보인다. 떠나기 전에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충분히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즈를 끝낸 기분요? 시원섭섭, 아니 섭섭시원하죠. 아쉬울 것은 없어요. 이게 끝이 아니니까. '가로세로 세계사'를 통해 이제는 제3세계를 담을 겁니다. 거하게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하나씩 이룰 수 있는 것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할 일이 많아요."

지난 3월 15권 에스파냐 편을 출간하며 33년 만에 역사학습만화 시리즈 '먼나라 이웃나라'를 완결한 이원복(사진ㆍ67) 덕성여대 석좌교수는 오히려 더 의욕에 넘치는 듯 했다. 그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가로세로 세계사' 집필에 더욱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완결된 '먼나라 이웃나라'가 유럽ㆍ미국ㆍ일본 등 강대국들의 세계사라면 '가로세로 세계사'는 그 외에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제3 세계를 다룬다. 2006년부터 시작해 이미 발칸반도ㆍ동남아ㆍ중동 편을 출간했다. 그는 캐나다ㆍ호주ㆍ뉴질랜드 등 같은 왕을 가진 '동군연합(同君聯合)' 편을 현재 집필 중인데 향후 남미ㆍ아프리카ㆍ구소련 지역도 다룰 예정이다. "세계사에서 비중이 큰 유럽 선진국들은 나라별로 다뤘지만 그 외에는 한 권씩 나누기보다는 지역별로 묶어서 내놓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21세기 들어 가장 부각되고 있는 것은 민족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데올로기가 대립하는 냉전시대가 끝나고 그 자리에 민족 대립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갈등으로 표출되고 그 해결을 위해서는 민족주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 교수는 특히 캐나다에 대해 "캐나다는 과거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인 지역이다. 그 경쟁은 언어와 문화 측면에서 지금도 이어져 영어와 프랑스어가 나란히 공용어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캐나다는 '인종의 용광로' '인종의 모자이크'라고 할 만큼 다른 민족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존중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며 "영국ㆍ프랑스 문화가 주류임에도 타 문화에 대해 차별이 없고 커뮤니티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87년 출간한 '먼나라 이웃나라'는 그에게 부와 명성을 한꺼번에 안겨줬다. 이 시리즈는 1975년 독일 유학 시절 소년한국일보에 연재한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이 시작이다. 현재의 이름은 1981년 전면적인 개정을 거쳐 다시 연재에 나서면서 바꾼 이름이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유럽의 대표적인 나라 8개국(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이탈리아ㆍ네덜란드ㆍ스위스ㆍ에스파냐)과 미국(3권)ㆍ중국(2권)ㆍ일본(2권), 그리고 우리나라까지 총 15권으로 구성됐다. 지난해까지 세 차례 개정판을 내며 총 2,000쇄, 1,700만부 넘게 팔렸다. 한창 잘 팔릴 때는 매년 수억원 규모의 인세가 들어온다는 얘기도 있었다.

2001년 일본 편을 시작으로 해외로도 수출됐다. 이후 중국ㆍ대만ㆍ태국 등으로 시리즈 전체가 출간됐다. 현재는 프랑스어 번역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다만 현지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직접 인쇄해 해외로 내보낼 계획이다. 아직 해외에서는 학습만화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많은 출판사들이 '먼나라 이웃나라'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선뜻 출판에 나설 엄두를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유럽의 경우 만화의 말풍선 속 텍스트만 각국의 언어로 바꾸면 문제없다. 국제교류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현지의 호응이 클 것으로 보이는 책부터 먼저 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먼나라 이웃나라'가 사실상 그의 인생 자체였다고 표현했다. "소년한국일보에 연재를 시작한 게 1981년, 30대 중반이었으니 30년 세월이 다 담겨 있었고 다시 30여년 시리즈를 이어오며 그 세월이 녹아들었죠. 제 인생 전체가 반영된 책입니다."

그는 원래 서울대 공과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한 '건축학도' 였다. 하지만 학부를 마치고 독일로 건너가 뮌스터대에서 디자인과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

"원래 고등학교 시절부터 만화에 관심이 많았고 실제로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학부에서는 건축을 배웠지만 유학 간 독일에서는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같은 과목을 가르쳤어요. 요즘이 크로스오버ㆍ컨버전스 시대잖아요. 제가 만화를 그린 게 외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건축이나 디자인이나 종이 위에 꿈과 판타지를 표현하는 것은 다 같지 않나요?"

비정규직 평균 급여 119만원에 20대 평균 급여에 해당하는 73%를 셈한 금액이 88만원이라고 해서 '88만원 세대', 청년 대부분이 졸업 후 실업자나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청년실신', 아르바이트로 부족한 학자금을 충당하는 학생들이라는 '알부자족',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 온갖 흉흉한 수식어가 나붙는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어떤 충고를 해줄 수 있을까.

그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취업이 당장 급한 졸업반에는 좀 그렇지만 스무 살 즈음에는 아날로그적인 생활방식이 중요하다. 디지털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지만 아날로그는 친구나 애인 같은 파트너가 필요하다. 연애를 하고 상처도 받고 싸우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 수명은 늘어나는데 안목은 짧아지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낍니다. 인간의 문명과 기술은 분명히 일자리를 줄이는 쪽으로 나아가고 특히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적인 고민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해외여행에 나설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그 나라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가라고 충고한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아직도 유럽에 나가면 몇 개국을 돌았다며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여행에서는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아무리 많은 것을 봐도 남는 것은 인상적인 경험이므로 여행 전에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충분히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e is…

▲1946년 충청남도 대전 ▲1966년 서울대 공과대학 건축학과 ▲1975년 독일 뮌스터대 디자인학부 ▲1984년~ 덕성여대 산업미술학과 교수 ▲1987년 '먼나라 이웃나라' 단행본 첫 6권 출간 ▲1993년 제9회 색동회 눈솔상 수상 ▲1998년 한국만화ㆍ애니메이션학회 회장 ▲2009년 볼로냐국제일러스트전 심사위원 ▲2012년~ 덕성여대 시각디자인학과 석좌교수

■대표작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 '세계사 산책'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 '가로세로 세계사' '왕초보 주식교실' '부자국민 일등경제' '만화로 떠나는 21세기 미래여행' '나란나란 세계사 도란도란 한국사' '신의 나라 인간 나라'

■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는



33년간 세번 개정판… 작년 최신판선 1만2,000컷 새로 그려

이원복 교수의 대표작인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는 지난 33년 동안 세 번 개정판을 냈다. 유학 시절 연재하다가 책으로 내면서 1번 바뀌었고 출판사를 현재의 김영사로 바꾸면서 '새 먼나라 이웃나라'로, 이후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로 각각 책 이름을 새롭게 정했다.

지난해 내놓은 최신판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는 사실상 전면개정판으로 1만2,000컷을 완전히 새로 그린 작품이다. 또 최근 세계 각국의 변화를 생생하게 담아 더욱 풍성해진 세계사를 만날 수 있으며 사건과 인물을 둘러싼 배경과 진실을 한층 깊고 넓게 해석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위상과 세계 판도의 변화에 발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대가 바뀌지 않았습니까. 지난 1981년 초판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1,000달러 수준의 개발도상국이었습니다. 당연히 유럽의 강대국들을 위로 쳐다봤지만 이제는 동등한 시각에서 보게 된 것이죠."

3월에는 15권인 '에스파냐 편'을 출간했다. 저자는 그간 유럽 역사에서 비중이 적지 않은 스페인을 다루지 못한 것에 늘 애석함을 표현해왔다. 그는 서문을 통해 "에스파냐의 역사는 이제 막 다문화사회, 글로벌 문화에 직면한 우리에게 귀중한 교훈을 던져준다"고 했다. 이어 "36년간의 프랑코 독재 시절을 겪고 다시 일어선 에스파냐의 역사와 국민들은 고난을 이겨내고 빛나는 대한민국을 건설한 우리 한국인들과 많이 닮았기에 그들의 역사는 우리에게 더욱 가깝고 진한 공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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