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자의 눈/6월 5일] 철학이 담긴 펀드보고서가 보고 싶다

얼마 전 한 초대형 펀드의 분기 운용 보고서가 발간됐을 때 기사를 쓰려고 보고서를 뜯어 보고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외국 회사에 주로 투자하는 이 펀드는 주요 편입 종목의 이름만 써 있을 뿐 어떤 회사인지 왜 그 회사에 그렇게 많이 투자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특히 외환관련 거래내역이 쭉 적혀 있었으나 도대체 왜 이런 거래가 이뤄졌는지, 그래서 손해와 수익은 얼마였는지도 도저히 읽어 낼 수 없는 암호문이었다. 하도 답답해서 해당 자산운용사에 문의를 했더니 그 운용사에서는 담당자가 아니면 설명해 줄 수 없는 내용이라며 그 담당자는 때마침 출장 중이라서 당장 답해줄 수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증권부 기자도 알아내기 힘든 운용 보고서를, 그것도 수십 퍼센트의 손실이 찍힌 펀드의 보고서를 받아보는 일반 투자자의 심정이 어떨 것인가는 쉽게 짐작이 간다. 뒤늦게나마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보고서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나섰다. 어려운 용어를 쉽게 풀어 쓰고 영어투성이 용어를 가급적 우리말로 쓰도록 했다. 그러나 형식상의 친절함과 투명함보다는 펀드 매니저의 투자 철학과 앞으로의 운용 방향을 쉽게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운용 보고서의 핵심이라는 점을 운용사들이 명심해줬으면 한다. 국내의 한 대형 자산운용사는 펀드 매니저의 외부 노출은 금기사항으로 여기고 있다. 펀드운용보고서상의 형식적인 설명으로는 펀드 매니저의 현 시장에 대한 견해나 운용 철학을 도통 알 수가 없는 데도 말이다. 특히 최고 투자책임자는 거의 ‘신비주의’ 수준으로 언론 노출을 꺼린다. 그러나 그게 과연 글로벌 스탠더드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미국의 유수 운용사들도 최고투자책임자들이 편지를 발송하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투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펀드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은 운용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좀 더 친절하고 투명할 것으로 강제하고 있다. 91조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요청할 경우 운용내역서까지 받아 볼 수 있게 돼 있다. 투자자들은 말을 쉽게 풀어 쓰는 정도의 기술적인 친절함 보다는 투자 철학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원한다. 소통의 부재는 정치권에만 있는 게 아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