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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기업이 튼실해야 나라도 부강해질 수 있습니다. 기업인이 대우받는 풍토,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일부 기업인들 가운데는 지탄을 받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고 기업인들이 이룩한 성과를 결코 저평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기업과 기업인들의 기(氣)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민, 정부, 기업인 모두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새해 경제운용의 큰 틀이 성장동력확충을 통한 일자리창출에 있는 만큼 경제활력회복을 위해 기업인의 사기를 진작시키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생산성본부 회장과 한국산업기술대학 총장 등을 지내면서 현장에서 느낀 경험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기업인들의 사기(士氣)라는게 이 장관의 생각이다. 그래서 취임 일성도 `기업의 기살리기 정책을 적극 펴나겠다`는 것이었다. 이 장관은 제조업의 공동화, 신성장동력 육성, 국가균형발전 등 다른 현안도 대증요법보다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겠다는 생각이다. 제조업공동화에 대해 이 장관은 “국내 공장 문을 닫고 해외로 나가는 경우는 전체의 3%에 불과한 만큼 본격적으로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기업 해외이전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임금, 인력구조 등 모든 면에서 경영환경개선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수도권규제는 많이 풀수록 좋지만 무제한ㆍ무원칙적인 완화는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기를 살리자는 말씀이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기업의 기를 살리는 방법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의 기를 어떻게 살려야 하겠습니까. ▲취임후 경제5단체장에게 가장 먼저 인사전화를 했습니다. 모두들 좀 당황스럽다는 느낌이었지만 산업을 관장하는 장관이 먼저 전화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요. 기업의 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인이 우대받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컨설팅업체인 액션추어가 실시한 `기업인 존경도`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가 22개국중 꼴찌였습니다. 국민들이 기업인을 별로 존경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홍콩이나 타이완과는 정반대는 일입니다. 이런 식이 돼서는 안됩니다. 기업인이 대우받는 풍토를 만들고 기업이 있어야 나라가 있다는 의식을 국민과 기업인들이 모두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설비투자가 일어나고 경제가 잘 됩니다. -비자금관련 수사를 지켜본 국민들은 기업인도 변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기업 스스로 정경유착 근절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기업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앞으로 윤리ㆍ도덕경영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합니다. 그래야 존경받는 기업, 기업인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인은 물론 산자부 직원, 공기업, 유관단체도 모두 인식이 변해야 합니다. 그래서 올해 산자부 주관으로 관련캠페인을 벌일 생각입니다. 기업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오해가 있다면 기업이 앞장서 설득하고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설명하자는 취지입니다. 정부도 기업들이 정치권에 곁눈질을 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명확히 마련해야 합니다. -국내제조업체들이 속속 해외로 이전해 제조업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첨단산업까지 중국 등지로 공장을 옮겨 자칫 기술공동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통계수치만을 보면 우려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외환위기 전에 44조원에 달했던 기업의 설비투자가 최근에는 20조원 정도로 급락했고 연간 1,800개 기업이 국내를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업들의 해외이전은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다행인 것은 국내 공장을 아예 폐쇄하는 경우는 3% 남짓에 불과합니다. 국내 공장은 유지하면서 해외에 새로 공장을 짓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뜻입니다. 문제는 기업들이 국내에 확장투자를 안한다는 것입니다. 투자가 안되면 경제회복이 지연되고 성장기반 약화 등 부정적인 영향이 큽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실업문제를 해결하지 위한 일자리 창출이 힘들어집니다. 설비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입지, 인력 등 모든 분야에서 풀 수 있는 규제는 대폭 완화, 경영환경 개선에 힘쓸 생각입니다. -일부에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또 다른 규제의 시작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역차별논란이 식지 않고 있는데요. ▲수도권에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등 인적ㆍ물적자원의 집중현상이 심합니다. 이에 따른 난개발방지나 환경문제해소를 위한 일종의 태생적 규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규제완화라고 해서 이런 태생적 규제까지 무제한적으로 풀어줄 수는 없습니다. 외국인투자와 같은 경우는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지만 원칙은 필요합니다. 물론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는 고쳐야겠지요. 공직을 떠나 1년10개월간 생산성본부 회장, 대학총장으로서 활동하다 보니 사뭇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직접 정부기관과 접하다보니 숨겨져 있는 규제, 특히 고위직이나 정책적인 것보다 실무적으로 운영하는 규제사항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이런 규제를 없애는 게 기업, 국민의 애로와 불편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균형발전법은 13개시ㆍ도가 고르게 발전해 나라 전체가 잘 살자는 취지입니다. 올해 상반기중 특별법 시행령을 제정하고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해 균형발전 정책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국가산업단지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작업에도 나설 겁니다. 산업단지를 지역산업클러스터의 중심거점으로 개편해 나갈 것입니다. -10대 차세대성장동력산업 육성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그런데 주관부처마다 서로 견해가 다르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데요. ▲신성장동력 육성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입니다.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고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신성장동력을 효과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소모적인 주관부처 논쟁을 그치고 부처간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에 들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정통부, 과기부 장관님들을 개인적, 공적으로 잘 알고 있는 만큼 대화를 통해 잘 해결될 것입니다. 이미 신성장동력 추진체계와 관련해 부처간 협의를 통해 조정방안이 마련됐습니다. 앞으로 부처간 원활한 협조로 실질적인 사업추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이 신성장동력육성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길이며 국민과 기업의 신뢰에 부응하고 국가경제 도약의 발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수출이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실적을 거뒀습니다. 올해도 역시 환율변동, 무역장벽강화 등 변수가 많은데 수출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올해도 수출은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 등으로 순항이 기대됩니다. 하지만 변수도 많습니다. 정부는 환변동보험 지원확대 등을 통해 환율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FTA, DDA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무역장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습니다. 중장기적인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인도, 러시아 등 신흥시장개척에 나서고 부품ㆍ소재산업 육성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원전수거물 관리센터 선정문제가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있습니다. 17년 묵은 난제를 해결할 복안(복안)은 있으십니까. ▲작년 12월10일 부지선정 절차에 주민투표를 공식 도입하는 등 보완방안이 마련됐습니다. 이 절차에 따라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민의사를 최대한 모아 부지확보를 추진할 방침입니다. 조만간 관계부처 합동의 기획단을 구성해 새로운 유치지역발굴을 포함해 법정부적으로 총력을 경주할 예정입니다. 또 추진과정에서 주민들과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슬기롭게 해결될 수 있도록 모든 지혜와 역량을 모을 것입니다. 대담: 김희중 경제부장 jjkim@sed.co.kr [발자취] 이공계 출신으로 첫 행정고시 수석합격, 산자부 요직 두루 거친 산업정책통 이희범 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산업정책통이다. 지난 73년 상공부 행정사무관으로 첫 발을 내디딘 후 약 30년간 상공부 및 산자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72년 이공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행시(12회)에 수석으로 합격해 큰 화제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이 장관은 수출과장, 주미상무관, 산업정책국장, 자원정책실장, 차관 등을 거쳐 산자부 업무를 훤히 꿰뚫고 있다. 지금도 어지간한 에너지, 수출통계는 줄줄 외울 정도다. 업무에 정열을 불태우면서도 항상 공부하는 자세를 잃지 않는다. 지난 97년 출간한 `유럽통합론`은 대학원 교재로 사용될 정도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매듭지을 때까지는 결코 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없다. 2000년 말 자원정책실장으로 재직하면서 밤을 새워가며 노조와 협상하고 여야 의원들을 일일이 설득해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성공적으로 이끈 일화는 유명하다. 이런 업무 추진력의 배경에는 소탈한 성격이 큰 몫을 한다. 그래서 정ㆍ관계뿐 아니라 학계ㆍ법조계ㆍ언론계에 지인이 많은 마당발이다. 이야기가 통하는 상대와는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나누기 때문에 그를 한 번 만난 사람들은 곧 팬이 된다. 2002년2월 차관에서 물러나 1년10개월간 한국생산성본부 회장과 서울산업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했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 장관 임명 전까지 8개월여간의 대학총장 시절에 대해서는 각별한 감회를 갖고 있다. 이 장관 스스로 산업인력양성 교육이 수요자인 기업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이 때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한다. 부인 최춘자 여사와 1남 2녀. ◇약력 ▲49년 경북 안동 출생 ▲87년 상공부 수출과장 ▲88년 주미 상무관 ▲97년 산업정책국장 ▲99년 차관보 ▲2000년 자원정책실장 ▲2001년 차관 ▲2002년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2003년 서울산업대학교 총장 ● 내가 본 이희범 장관 조동성 서울대 교수 EU와 조선협상 뚞심으로 타결 성과, 생산성본부 예산에 경쟁원리 적용도 공직자를 평가하는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프로정신, 전문성, 공사구별 능력, 인간관계, 겸손한 자세, 그리고 성실성을 들고 싶다. 이 장관은 `프로정신을 가진 공직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차관보로 일할 때는 끈기를 무기로 유럽연합(EU)과의 조선협상을 타결 짓는 뚝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으로 일할 때는 민간부문과의 경쟁을 통해 독자 생존할 수 있도록 예산과 조직관리에 경쟁원리를 적용하는 전문경영인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이 장관은 지난해 서울산업대 총장으로 갈 당시 많은 교수들이 앞장서서 선거운동을 해 압도적 지지로 선출됐으나 당선에 기여한 교수들을 주요 보직에 발령하지는 않았다. 이는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그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인간관계에서도 몸을 던져 직원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상공부 총무과장 시절, 하루는 눈 속 핏줄이 터져 요양이 필요했으나 안대를 하고 직원들 모임에 참석했고 바로 다음날에는 직원들 경조사를 챙기느라 안동 양반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종손이 제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자기 말을 아끼면서 상대방의 발언을 경청하고, 직급에 관계없이 연장자를 깎듯이 모시는 이 장관을 만나본 사람이라면 공직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것이다. 이 장관 프로필에 `수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전자공학도가 행정대학원에 수석으로 입학했고, 행정고시 수석에 이어 마흔 가까운 늦은 나이에 시작한 미국 유학에서 수석졸업을 한 것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의 철저한 성실성, 즉 자기관리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아닐까? <정리=임석훈기자,사진= 김동호기자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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