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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총수 겨냥하는 정치자금 수사
입력2003-11-17 00:00:00
수정
2003.11.17 00:00:00
이상훈 기자
검찰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조사의 강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불안감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비리의 전모를 밝혀내는 묘안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묘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다.
정치가 더 이상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검찰 수사가 확실하게 이루어지고 그 것을 바탕으로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 하지만 수사로 인해 경제가 기력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지게 해서는 안 된다. 만약 기업들이 위축돼 세계경제 회복의 흐름을 타지 못한다면 경쟁력이 급전직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이 주요 그룹 총수와 2인자 격인 구조조정본부장 등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수사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검찰로선 수사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할 테지만 총수에 대해서까지 출금조치하는 방법밖에 없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주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람을 출국금지 시키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수사협조를 압박하자거나, 망신을 주자는 의도로 오해 받을 소지가 있다. 더욱이 경제전쟁의 일선에서 치열하게 `전투`에 임하고 있는 기업인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국익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검찰의 수사가 지속되는 동안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는 다시 한번 떨어질 것이다. 기업의 이미지 훼손은 물론이고 최고경영진의 신변 불안으로 대부분의 기업이 당분간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할 것이다. 검찰의 수사 의지는 평가하면서도 보다 세련되고 긴 안목의 수사를 거듭 주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대선자금 비리의 주범은 정치권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는 정치권에 집중돼야 한다. 그럼에도 정치권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 한 채 기업 수사부터 강화하는 꼴이다. 정당의 회계장부에 대한 추적을 하면 알아낼 수 있는 것을 기업의 장부에서 찾아내겠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물론 기업들도 수사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 기업이 수사협조 정도에 따라 수사 기간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한 `사면`문제와 관련해서도 기업인들이 얼마나 수사에 협조하느냐에 따라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대선자금 수사의 초점은 정치권에 맞춰져야 한다. 정치권에 대한 수사의 강도를 높여 비리의 단서를 찾아낸 다음 기업으로부터 확인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달라고 해서 주었을 뿐인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이실직고하라는 것은 이중의 배신을 하라는 가혹한 주문이다.
기업들이 가장 바쁜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검찰과 관련기업 및 관계자들에게 다시 한번 당부한다. 검찰은 수사를 철저히 하되 기업부분은 가급적 조기에 마무리하고, 기업들은 정치자금의 굴레에서 해방돼 기업활동에 전념하자.
<이상훈기자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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