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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봄, 꽃의 재발견

인터알리아 '신화조도(新花鳥圖)'전 5월12일까지<br>곽석손ㆍ김근중ㆍ경달표 차규선ㆍ홍지윤 등

위는 홍지윤의 '바람 속의 보헤미안'(왼쪽부터)과 '정원의 여신', '보헤미안 눈부신 햇빛과 별빛'. 아래는 보티첼리의 1486년작 '비너스의 탄생'.

한기창 '뢴트겐의 정원'

차규선 '벚꽃'

보티첼리(1445~1510)의 ‘비너스의 탄생’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가장 큰 후원자였던 메디치가(家)의 시골 별장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됐다. 가운데 미의 여신으로 표현된 인물은 15세기 피렌체를 대표하는 미인이며 박학다식 했으나 요절한 여인 시모네타 베스푸치로 알려져 있다. 왼쪽에서는 바람의 신이 입김을 불어 비너스를 해안으로 이끌고 오른쪽에는 계절의 여신이 화려한 옷을 들고 맞이한다. 여신의 주변에 흩날리는 장미꽃들은 비너스와 함께 태어났다고 신화에 전해진다. 500년이 흐른 2009년, 삼성동 인터알리아 전시장의 한쪽 벽면은 21세기의 비너스 탄생을 보여주고 있다. 풍족한 이 시대의 물질문명을 암시하듯 나체 여인의 몸은 무척 풍만하다. 흑백의 인물을 떠받치려 배치된 꽃들은 색상은 화려하되 형태는 동양적이다. 제목은 ‘정원의 여신’. 역시 꽃이 주제인 왼편의 ‘바람 속의 보헤미안’과 오른편 ‘보헤미안-눈부신 햇빛과 별빛’까지 3점의 작품은 구도나 내용 면에서 보티첼리를 떠올리게 한다. 동양화를 전공하고 디지털 미디어를 공부한 홍지윤(39)의 작품이다. 오는 5월12일까지 열리는 인터알리아의 ‘신화조도(新花鳥圖)’전은 이처럼 꽃이 주제다. 국내화가 17명의 작품 150여점이 전시중인데 꽃을 그리더라도 표현법은 천차만별. 한지에 분채(가루 물감)로 꽃과 나비를 그린 곽석손(61)의 작품은 화조도를 통해 자연의 생명력을 얘기하는 이번 전시 주제와 가장 잘 어울린다. 모란 그림으로 유명한 김근중(56)의 작품은 민화적 바탕에 현대적 세련미가 얹혀 있다. 서예적 추상을 떠올리게 하는 경달표(52)의 그림은 붓으로 그린 것이 아니다. 강렬한 색감의 안료를 뚝 떨어뜨린 다음 콤프레셔로 바람을 불어 형태와 표면을 다듬어 깊이감을 더했다. 수직ㆍ수평으로 얽힌 화면을 만들어 비오는 날 풍경을 그리는 구보경(46), 도장을 찍듯 백번 이상의 반복 작업으로 꽃무더기를 만드는 신수진(37), 실리콘을 자르고 붙이는 오이량(46) 등 작가마다 기법도 다양하다. 기성 오브제에 전통회화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방식을 70년대부터 선보였던 한만영(63)은 바이올린에 클림트 풍의 화조도를 그렸다. 한기창(43)은 의료용 X선 필름과 LED라이트 박스라는 독특한 인공재료를 이용하는데 문자도나 꽃의 모양에는 동양화 전공자의 실력이 드러난다. 또 김승영(46)은 화분에 꽂힌 액정 화면으로, 최태훈(44)은 강한 철로 각자의 ‘꽃’을 만들어 냈다. 김은진(39)은 모란, 인삼 등의 식물에 사람의 이미지를 덧입혀 괴기스러운 개성을 드러냈다. 차규선(41)의 ‘벚꽃’, 정태경(55)의 ‘봄’ 시리즈 등 가는 봄과 떨어지는 꽃이 아쉽다면 더욱 요긴할 전시다. 관람료는 무료. (02)3479-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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