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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파문- '가족경영' 우리경제 신뢰도 훼손
입력2000-03-27 00:00:00
수정
2000.03.27 00:00:00
정문재 기자
현대의 인사파문은 현대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린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번 현대사태를 계기로 명실상부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투명 경영」이 자리를 잡아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현대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모든 의사 결정권이 총수를 비롯한 친인척에 집중된 대기업의 황제경영, 가족경영에서 찾을 수 있다. 대기업의 가족경영은 해당 기업뿐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에도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외국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기업의 패밀리 경영은 정도 면에서 차이가 있을 뿐 현대나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현대사태는 국내 기업의 비정상적인 경영행태 중 한 단면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식 가족경영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은 연말마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대기업 임원 인사다. 해당 기업 관계자들은 그저 「내정단계」일 뿐이라고 강변하지만 이같은 인사는 분명히 적법성을 결여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상법상 임원 선임은 모든 주주들이 참석한 주주총회에서 결정돼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를 무시한다. 이같은 편법적인 경영행태가 아예 관행화되면서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현대는 최근 그룹계열사 주식들이 전반적인 약세를 지속하자 자사주 매입, 사외 이사 비중확대 등 여러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현대는 최근의 인사파문에서 이같은 조치들과는 상반된 행태를 보였다.
지난 26일 30여명의 계열사 사장들이 모인 가운데 개최된 현대경영자협의회에는 박세용(朴世勇) 인천제철 회장도 참석했다. 인천제철은 강원산업과 합병, 단일통합법인으로 출범하면서 현대의 개인 대주주나 다른 계열사들은 제1대 주주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다.
대신 채권단이 제1대 주주로 부상했다. 결국 인천제철은 현대의 관계사일 뿐 계열사는 아니다. 결국 朴회장의 현대경영자 협의회 참석은 「어느 정도의 지분만 있으면 얼마든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대기업 총수들의 왜곡된 경영관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재계 관계자들은 특정 기업뿐 아니라 국가적인 신뢰회복을 위해서도 기업의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저 말로만 「투명경영」 「객관적·합리적 경영」을 외칠 것이 아니라 이런 구호를 실천하는 것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된다. 특정 대주주들이 의사결정권을 독점, 예측불가능한 경영을 더 이상 방치한다면 경제민주주의뿐 아니라 지속적인 경제성장도 어렵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컨설팅업체 관계자 등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의 경영이 객관적·합리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룹회장」이라는 직제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즉 총수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기업의 경영에만 참여하되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는 주주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정문재기자TIMOTHY@SED.CO.KR
입력시간 2000/03/2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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