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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전쟁 살아남으려면
입력2003-12-10 00:00:00
수정
2003.12.10 00:00:00
무역인 입장에서 내년만큼 국제통상환경을 가늠키 어려운 한 해도 없을 것 같다. 주요 통상대국 간의 무역분쟁 조짐들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칸쿤각료회의의 이른바 `G22의 반란`에서 보았듯이 개도국들의 움직임도 만만치가 않다. 세계는 지금 통상대전(通商大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용돌이의 배경에는 바로 미국의 일방주의(unilaterism)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미국의 이런 일방주의는 자국 상황 또는 이익과 관련해서는 전세계적 반발도 무시할 수 있다는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이런 대표적 사례의 하나가 철강 긴급수입제한조치(201조)에 관한 논의들일 것이다. 지난 2002년 3월 미국은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일방적인 긴급수입제한조치(safeguard)를 발동하여 WTO에서 패소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부시행정부는 WTO의 결정을 받아들이면서도 내년 대선에서 철강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수입철강에 대한 반덤핑 강화 등 다른 대응방안들을 계획하고 있어 관련국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버드(Byrd) 수정법도 빼놓을 수 없는 사례다. 미국은 반덤핑 또는 상계관세로 인한 수입을 자국 내 제소 업체들에게 배분키로 하고 이미 2002 회계연도 중 3억3,000만 달러를 외국 수출업체들로부터 징수해 자국 기업들에게 배분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더 이상 `자유무역의 선봉`이기를 포기한 채 국제통상 무대에서 자신의 위신마저 추락시키는 꼴이 되었다. 한국 등 11개국 제소로 WTO에서 협정 불일치 판정을 받고 금년 12월 27일까지 관련 조치의 종결을 요구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상원 등 국내 강력한 반대 분위기로 동 법의 폐지도 쉽지 만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해외판매법인에 대한 세제특혜 관련 미국ㆍEU의 분쟁은 자칫 WTO 출범 후 최대 규모의 무역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자국 기업의 수출을 간접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해외판매법인 우대세제(FSC)와 그 대체 입법(ETI)이 WTO협정 위배 판정을 받고 EU로부터 40억달러 규모의 무역보복조치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물론 미국은 EU에 대한 반격을 준비중이다.
최근에는 중국과의 관계도 심상치 않다. 지난번 위앤화 평가절상압력으로 중국정부를 밀어붙였던 미국이 다시 중국산 섬유 수입에 대해 쿼터를 부과키로 하면서 중국정부로부터 커다란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은 보복조치로 미국 채권 매각과 함께, 대미 구매사절단 취소, 대미수입품 관세 인상 등 강경책들을 통한 대응에 나섰다.
이밖에 크고 작은 통상문제들로 내년도 세계무역은 험난한 일정들을 예고하고 있고 이에 대한 각별한 대비책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다자간 논의에의 주도적 참여와 그 적극적인 활용 지혜가 필요하다. DDA협상 등 다자간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힘을 앞세운 일방주의에 대해서는 다른 국가들(Friends Group)과의 연대를 바탕으로 WTO 등 제도적 활용 가능성을 더욱 넓혀가야 할 것이다. 통상대응능력이 취약한 우리나라가 일방주의에 맞서는데 다자주의(WTO)의 유용성은 앞의 사례들에서 이미 입증되었거니와 이에 대한 보다 많은 연구들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 국제무대에서 절대 외톨이로 남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다자체제 또는 다자협상(WTO DDA)의 미비점을 보완해 나가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쌍무투자협정(BIT)와 같은 국제협정 체결을 보다 적극적으로 서둘러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점점 고립되면 될수록 우리의 대외적 협상력, 특히 강대국들의 일방주의에 맞설 수 있는 능력은 가속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의 통상조직과 대응체계를 보다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가 세계 13위의 무역대국이지만 통상전문인력이나 대응체계는 중국, 인도 등 개도국들보다 더 뒤떨어져 있다고 판단된다. 이를 위해 우선 정부조직 개편 시 통상관련 조직의 전문화 및 산업부문과의 연계강화, 나아가 민간부문에서 각 단체ㆍ기업 내 통상전담조직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국제통상환경은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한 무역전쟁의 와중에 휩싸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국내 울타리 안에서 자기주장의 목소리만 높이고 과격 시위로 일관한다면 금년 우리의 `수출 승전보`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그런 모습들은 미국 등 경제대국의 일방주의 정책에 빌미를 주고 일만 불의 덫에서 빠져나가려 몸부림치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뿐이다.
<한영수 한국무역협회 전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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