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달훈 6단은 프로기사 치고는 다분히 이색적인 인물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것도 그러하고 고려대 경제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것도 그러하다. 청소년 기사들이 대개 허장회9단 문하이거나 권갑룡7단의 문하인 것과는 달리 장수영9단의 문하생인 것도 유별나다. 그가 박카스배 천원전 본선에서 송아지삼총사의 하나인 원성진6단을 꺾고 계속해서 김승준8단을 제압했을 때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는 않았다. 그런데 준결승전에서 이세돌9단을 제치고 결승에 뛰어오르자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듯했다. 특히 이세돌에게 이긴 내용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이세돌이 거의 횡포에 가까운 파격적인 공격으로 주도권을 휘어잡으려 했을 때 안달훈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의연한 받아치기로 나가 이세돌을 제풀에 주저앉게 만든 것이었다. 늘씬한 키에 서글서글한 성격, 일류 대학 졸업반이라는 배경 때문에 그의 등장은 홍종현 이래의 본격파 엘리트 출현이라는 찬탄을 받았다. 서울법대 출신으로 국수전 도전자의 반열에까지 올랐던 홍종현보다 더 멋져 보인다는 여론이었다. 결승5번기의 상대는 독사 최철한. 잉창치배 결승에 올라 40만 달러짜리 승부를 코앞에 두고 있는 이 상대를 맞이하여 안달훈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는지 자못 궁금했는데…. 결승 제1국을 안달훈은 허망하게 단명기로 패했다. 흉내바둑이라는 괴초식으로 나오는 최철한의 취향에 넋을 잃고 대마가 잡힌 것이었다. 제2국은 안달훈의 완승 무드였는데 종반에 최철한의 독수에 걸려 역전패를 당했다. 일찌감치 막판에 몰린 안달훈의 흑번인데…. 흑5는 이세돌을 잡은 그 협공이다. 호연지기로 독사를 압도하겠다는 포석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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