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 전을 겪어낸 아버지 세대는 한 명 한 명의 삶이 곧 우리의 현대사이다. 가난의 질곡, 이념으로 갈라선 피비린내 나는 전쟁, 엄혹했던 군부 독재와 ‘잘 살아보자’는 조국 근대화 건설까지, 가파른 시간의 내달림에 영광과 상처를 온 몸으로 겪어낸 이들이다. 이 책은 육군 대령 출신인 김동석씨의 격동에 찬 생애를 그린 회고록이다. 대령 출신이야 한 두명이겠냐만은, 6ㆍ25와 5ㆍ16을 직접 겪고, 북파공작원인 육군 HID 특수부대를 진두지휘한 한국 현대사의 산 증인이다. 가수 진미령(본명 김미령)씨의 친아버지이기도 하다. 이 책은 현역 군인시절 ‘북파공작원의 대수’로 불렸던 김씨가 그 동안 숨겨왔던 공작원의 비화와 진실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6ㆍ25 중 한미 연합군의 군사작전과 병행해 사실상 최전선에서 뛰었던 이들은 적진 깊숙이 투입됐던 유격대와 첩보부대. 영화 ‘실미도’로 알려졌다시피, 휴전 후에에도 이들은 휴전선을 넘어 ‘밤의 부엉이’ 등으로 불리며 북으로 향했다. 맥아더, 리지웨이, 백선엽과 함께 미국 정부가 ‘한국전쟁 4인의 영웅’으로 선정한 김씨는 이후 5ㆍ16 이후 예편해 목포시장, 수원시장 등 지방 행정관료의 길을 걷는다. 미 2사단은 2002년부터 매년 12월 16일을 ‘김동석의 날’로 지정해 그의 공훈을 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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