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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G2 갈등] 아시아로 눈돌린 미국-대양대국 꿈꾸는 중국… 일촉즉발로 가나

미 이란 핵협상 타결로 '중심축 이동' 행동 나서<br>중 "국가이익 포기 안해" 강경 발언 잇따라 쏟아내<br>일 상시감시체제 강화 호주 중 방공망 우려 표명 동시다발 마찰 가능성도


중국이 동중국해에 광범위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것을 계기로 동북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주요2개국ㆍG2)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양국 간 갈등이 일과성이 아니라 갈수록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국가 핵심 이익지역으로 간주하고 대양대국화를 시도하고 있는 반면 10년 이상 끌어온 이란사태를 해결한 미국이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의 안보 비중을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세계 외보ㆍ안보 전문가들은 24일(현지시간) 'P5+1(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이 6개월짜리 핵협상을 타결하면서 중동 문제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미국이 본격적으로 대아시아 외교ㆍ안보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서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에 폭격기 2대를 사전통보 없이 출격시키며 중국의 방공식별권을 무시한 것은 중국 정부에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일본의 행정권과 실효적 지배를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나아가 중국의 팽창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사실 미국은 2011년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을 천명한 이래 실제 아시아에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미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미국의 아시아 대외원조 규모는 2009년과 2010년에 비해 19%나 줄어들었다. 2016년까지 호주에 해군 2,500명을 배치하기로 했으나 현재 배치된 인원은 200명에 불과하다.

9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란ㆍ시리아ㆍ이스라엘을 20여차례 언급했지만 중국은 단 한번 입에 올리는 등 여전히 중동을 우선한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2011년 미국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정책이 천명됐을 당시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지는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에서 발을 빼기 위해 아시아를 들먹인 것일 뿐 실제 아시아 중시 정책을 펼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10년여간 미국을 중동에 붙잡아뒀던 이란 핵문제가 해결단계에 접어들고 때마침 2년여간 이어져온 시리아 내전 문제도 대화를 통해 풀릴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을 펼 여건이 마련됐다. 25일 유엔은 시리아 내전을 끝내기 위한 국제평화회담이 내년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국제사회와 이란의 핵협상이 타결되면서 미국이 아시아에 외교ㆍ안보정책의 중점을 둘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으며 존 훌스맨 미 외교협회 종신회원도 "미국이 전세계 경제성장의 열쇠를 쥔 아시아로 회귀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B-52폭격기의 방공식별구역 진입에 대해 사실확인 수준의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이날 중국 국방부는 "미군 비행기는 베이징 시간으로 26일 오전11시에서 오후1시22분까지 중국 동해를 따라 방공식별지역 동부의 가장자리 남북방향에서 비행을 왕복했으며 댜오위다오 동쪽의 대략 200㎞ 지점에서 활동했다"면서 "중국 공군은 즉각 미국 측 비행기 유형의 전 과정을 감시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공식 반응은 미국의 무력시위와 한국ㆍ일본ㆍ대만 등 관련국들의 반발에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입장을 바꿀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패권적 행동을 강화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중국 군부의 입장도 단호하다. 중국군 공군소령인 차오량 국방대 교수는 27일 경화시보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다른 국가가 경고를 듣지 않고 방공식별구역으로 진입하면 이를 격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도 26일 "어떤 국가도 중국이 자국의 핵심 이익과 정당한 권익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오히려 서해와 남중국해에서도 방공식별구역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워싱턴 정가에서는 지난 30년간 추진해온 중국과의 양자 군사협력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해 양국 간 갈등이 고착될 조짐이 보인다. 20일 미 의회조사국(CRS)은 '미중 군사협력' 보고서에서 "미국은 1980년대부터 중국과 건실한 군사관계 구축을 시도했으나 해상분쟁지역에서 중국의 패권적 행동을 억지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일본과 호주 등이 중국의 방공식별권과 관련해 강력한 대응조치를 잇따라 취하면서 동아시아에서는 G2 갈등뿐 아니라 동시다발적인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올해 말 확정할 10개년 방위계획인 '신방위대강'에 중국을 겨냥해 주변 바다와 상공에 대한 상시감시 체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기로 했다.

또 일본 방위성은 방공식별구역 범위를 태평양의 오가사와라제도까지 확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오가사와라제도는 도쿄에서 남쪽으로 약 1,000㎞ 떨어진 곳에 있는 약 30개의 섬으로 일본은 오가사와라제도 인근 자위대 기지에 전투기 부대를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일본은 한국ㆍ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과 공동으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에 대항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호주도 25일 자국주재 중국대사를 초치해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관련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27일 밝혀졌다.

이런 가운데 다음주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의 방중일정이 잡혀 있어 해법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바이든 부통령은 일본과 중국ㆍ한국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며 중국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견일정이 잡혀 있다. 외신들은 중국의 방공식별권과 이 지역에서 고조되는 긴장에 대한 집중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WP는 바이든 부통령의 방중이 이번 갈등으로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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