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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 벤처보증 부실…심사도 관리도 ‘주먹구구’

기술평가 없이 신청액 전액 승인 다반사<BR>지원 받은 807개기업이 투기등급 이하<BR>제도·정책수립 당위성 등은 평가 엇갈려


감사원이 21일 발표한 ‘중소ㆍ벤처기업 보증 지원실태’ 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 2001년에 정부가 실시한 ’벤처기업 살리기’가 얼마나 방만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당장 국민의 혈세 1조원이 낭비돼 국민경제의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 자체와 정책 수립에 대한 평가는 양론이 존재한다. 당시 사정에 비춰 꼭 필요했다는 견해와 정책수립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 공개ㆍ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동시에 존재한다. 정책에 대한 평가는 지원실태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는 입장과 재정경제부에 대해 문책이나 시정 등의 처분 없이 단순히 ‘주의’ 조치를 내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공존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감사원에 따르면 프라이머리 CBO가 방만하게 운영된 단초는 2000년 5월. 당시 이근경 이사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보 방문을 계기로 청와대에 추가적으로 1조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에게 벤처기업에 대한 보증을 적극 늘리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청와대에 추가적으로 1조원의 자금을 긴급 요청,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운영위원회의 의결과 재경부 장관의 승인 등의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자금을 추가로 지원 받았다. 지원금도 당초 예정된 1조원 보다 2조원으로 늘었다. 기보의 보증 능력을 벗어난 보증에는 통치권자의 ‘지대한 관심’도 한몫 한 셈이다.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기보는 기업의 예비심사를 하기 위해 증권사를 주간사로 선정했지만 보증대상기업의 선정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선정업무를 위탁, 증권사들이 임의적으로 대상 기업을 정하는 등 부실을 자초했다. 또 기보는 본 심사에서 보증 실적 달성을 위해 재경부가 신신당부한 벤처기업에 대한 ‘기술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기업의 실제 소요자금에 대한 검토도 없이 보증 신청 금액을 전액 승인해주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감사원측은 “지원을 받은 807개 기업은 투자 부적격인 투기등급 BB+이하 였고 717개 기업은 기술평가를 아예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허술한 심사는 부실관리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감사원의 표본조사 결과 48개 기업이 보증으로 지원 받은 1,911억원 가운데 756억원을 주식투자, 부동산 및 골프회원권 매입, 대표이사 유용, 해외유출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C주식회사는 2001년 10월 4회차 프라이머리 CBO 자금 90억원을 지원 받은 직후 40억원을 주식투자에 사용했으며 D주식회사는 60억원의 지원자금 가운데 41억원을 사모펀드 투자 등에 썼다. 특히 전년도 매출실적이 전혀 없는 데다 1회차 프라이머리 CBO 보증심사에서 탈락한 F주식회사의 경우 이후 2차례에 걸쳐 174억원의 보증지원을 받았으며 이 회사 대표이사는 지원자금으로 10억원 상당의 부동산, 2억원에 육박하는 골프회원권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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