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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DIY 대한민국을 바꾼다] <1> 뿌리 내리는 서비스 디자인

"탁상공론은 그만"… 정책결정에 국민 직접 참여 효과만점

행자부·산업부·디자인진흥원… '정부3.0 국민디자인단' 운영

주민·공무원·전문 디자이너

쓰레기 분리수거·범죄예방 등 현장 목소리 반영 정책 만들어

디자인 전문가들과 환경부, 영등포구청 청소과 공무원, 영등포본동 통장 등 10명이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본동 주민센터에서 '구석구석 재활용 동네마당 설치지원'을 주제로 정책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환경부

흔히 '디자인'하면 시각적으로 보이는 도안이나 그림 따위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디자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책이나 서비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 바로 '서비스디자인'이다. 서비스디자인의 핵심은 수요자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하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 정책을 만들던 과거와는 달리 실제 정책의 수혜를 받는 국민들이 정책을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정책 프로슈머(prosumer·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가 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행정자치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지난해부터 '정부3.0 국민디자인단' 사업을 통해 국민들 스스로 정책을 만드는 데 참여시키고 있다. 올해 2기가 출범했고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별로 공무원과 국민, 서비스 디자이너들이 팀을 꾸려 새로운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국민들이 함께 정책 디자인을 진행하는 '정부3.0 국민디자인단'의 활동상과 우수 사례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디자인을 통해 실업률을 낮출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실제 사례가 있다. 영국의 서비스디자인 컨설팅 업체 리브워크(Livework)는 영국 선더랜드(Sunderland) 지역의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고용지원 서비스를 개선하는 '메이크 잇 워크(Make it Work)'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리브워크의 서비스 디자인팀과 지역 서비스 담당직원들은 3개월 동안 12명의 장기 실업자들과 함께 일자리를 구하는 데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현재 실업자 지원 사업에서 불편한 사항들은 무엇인지를 파악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로 완성한 직접 고용 지원 서비스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서비스 프로토타입(Service Prototype)으로 실업자들이 고용 지원 서비스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1인당 약 1억원에 달하던 실업수당을 1,000만원 수준으로 줄였으며 1,000여명의 지원자 중 275명에게 새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전 서비스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으로 정책 효과를 극대화한 셈이다.

한국 정부도 이처럼 정부가 정책을 설계할 때부터 국민들을 참여시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정책을 만드는 정부3.0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행정자치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부처간 벽을 허물고 국민들과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정책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국민디자인단'을 운영하고 있는 것.

정부3.0 국민디자인단은 지난 3월부터 각 부처별로 시민과 서비스디자이너, 공무원들이 모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22일 찾은 서울 영등포본동 주민센터에는 디자인전문가 3명과 환경부 사무관, 영등포구청 청소과 팀장, 영등포본동 통장 등 10명이 '구석구석 재활용 동네마당 설치지원'이라는 주제로 정책을 만들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쓰레기 처리와 재활용 분리를 집집마다 자율적으로 하다 보니 동네 골목에 쓰레기들이 불법으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2시간이 넘는 긴 회의에서는 동네 주민들이 한 곳에서 쓰레기를 버릴 수 있도록 만드는 클린하우스 설치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 쓰레기가 불법으로 버려지는 시간이 주로 언제인지,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쓰레기 봉투가 파손되는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지 등에 대해 자유로운 의견들이 오갔다. 김민수 서비스 디자이너는 "주민들이 낸 의견으로 재활용 동네마당 설치 지원사업의 세부 계획이 세워진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목소리와 서비스 디자이너들이 제시하는 아이디어가 회의에 참석한 공무원들을 통해 정책을 만드는 데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국민디자인단은 오원춘 사건으로 범죄 마을이라는 이미지가 생긴 수원시 팔달구 지동을 대상으로 '범죄예방디자인을 통한 행복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동 주민들과 주민센터, 경찰청, 수원시청 관계자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내 CCTV에서 경찰관의 목소리가 녹음된 음성을 재생해 주민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부분을 완화시켰고 주민들간의 신뢰 회복을 위해 동네 목욕탕을 커뮤니티 센터로 탈바꿈시켰다.

산림청 국민디자인단은 전국의 모든 청소년들이 숲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숲 교육을 한 데 통합해 '숲숲숲 숲으로 가자'는 브랜드를 개발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원스톱 에너지복지요금을 통해 복지사각지대 해소하려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자 중심의 영양표시, 정보제공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정부3.0 국민디자인단 사업은 갑의 위치에 있었던 공무원이 을로 내려오고 국민들이 갑이 되는 단계의 시작이고 이전의 정부1.0과는 정책 수립의 방향이 180도 바뀌게 되는 사업"이라며 "국민과 공무원들이 함께 정책을 만들다 보면 나중에는 정부가 만든 정책을 홍보할 필요도 없이 국민들이 정책을 먼저 알게 되는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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