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경영난과 부동산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서울 강남권 등 요지 재건축사업이 길을 잃었다. 서울 강남ㆍ강동, 경기 과천 등 주요 재건축 추진단지들이 잇따라 시공사 선정에 실패하면서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6차는 최근 두 차례나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업체가 전무해 모두 입찰조차 실시하지 못하고 유찰됐다.
이 단지는 지하철3ㆍ7ㆍ9호선이 지나는 고속터미널역에 인접한 초역세권인데다 인근 래미안퍼스티지ㆍ반포자이 등 대규모 재건축아파트 입주 후 대치동ㆍ압구정동을 대체하는 신흥부촌으로 떠올랐다. 당초 조합 측은 두산건설과 가계약한 상태였지만 이 회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자 조합이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 나섰다.
문제는 관심을 두는 건설사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구체적인 입찰조건이 발표되는 현장설명회에조차 참석한 업체가 없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비단 신반포6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총사업비 1조원 규모의 매머드급 재건축으로 관심을 모았던 강동구 고덕동 주공2단지의 경우 두 차례 시공사 선정에서 고배를 마신 뒤 지난 3월 사업방식을 확정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바꿔 시공사 선정에 다시 나섰다.
'경기도의 강남'으로 불리는 과천시 주공2단지 역시 세 번의 시공사 선정 입찰 끝에 복수의 건설사가 참여해 겨우 경쟁입찰 조건을 갖췄지만 이번에는 조합원의 반대에 부딪혀 시공자선정 총회가 무산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강남권은 시공사 선정이 조합원 동의만큼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
노원구 공릉동 태릉현대아파트는 벌써 세번째 입찰에 나선 상태며 동작구 상도동 대림아파트도 3회, 강동구 성내동 미주아파트는 2회나 유찰되는 등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 강북권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은 웬만한 입찰 요청에 관심도 두지 않는데다 지명도가 떨어지는 중견사들조차 경영난으로 쉽사리 시공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빅5'로 불리는 현대건설ㆍ대우건설ㆍ삼성물산ㆍGS건설ㆍ대림산업 등은 올 들어 현재까지 단 한건의 재개발ㆍ재건축사업도 수주하지 않은 상태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올 들어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하면서 리스크가 있는 사업은 아예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며 "시장상황이 변했음에도 대부분의 재개발ㆍ재건축조합이 무리한 조건을 내걸어 입찰에 참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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