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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가 만능(?)

김영기 기자 <경제부>

참여정부 출범 6개월여가 지난 2003년 9월16일.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는 내로라 하는 재계 원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3시간이 넘는 회의 후, 기자들 앞에선 현명관 당시 전경련 부회장은 “박정희식 리더십이 그립다”며 정부를 공박했다. 그로부터 2년 가까이. 기업들은 정부에 대해 규제를 완화시켜달라고 목이 닳도록 요구해 왔다. 덕분(?)에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 과정에서 재계는 적지 않은 이득을 챙겼다. 재계는 이를 통해 재벌 개혁의 예봉을 꺾을 수가 있었고,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올 해에는 지지 부진한 수도권 규제 등을 새로운 무기로 삼아 정부를 공격하고 나섰다. 재계의 계속된 ‘우는 소리’에 지쳤을까.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최근 “기업들의 투자 물꼬를 터주는 방안이 뭐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투자 부진은 수익 모델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들이 솔직하지 못하다”며 ‘정부 탓’만 하는 기업들에 화살을 겨누었다. 그의 말은 “투자 부진은 규제 때문만이 아니다”며 ‘블루오션’을 찾으라는 얼마전 한덕수 부총리의 발언에 뒤이은 것이란 점에서, 기업들로선 여간 심사가 불편한 게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관료들의 발언을 마냥 두둔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기업들도 그들의 발언에 조금은 새겨 들을 대목이 분명 있다. 시장에서는 주력 기업들에 대한 위기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년 천문학적인 이익을 올렸지만, 시장은 그들이 3~4년 후에도 그 같은 능력을 간직할 지에 회의감을 품고 있다. 일부 대기업 사이에서는 한계에 봉착한 계열사들의 빅딜설마저 등장한다. 왜 일까. 정부가 도와주지 않아서 일까. 그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기업들도 인정할 것이다. 획기적인 변화와 ‘제2의 캐시카우’가 필요하다는 점은 기업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국민들은 ‘오만한 관료’도 싫어하지만, 정부에만 기대는 기업에 대해서도 지겨워 하고 있다. 기업들의 새로운 얼굴, 정부가 주는 규제 완화의 선물은 그 때 비로소 명분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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