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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홍콩 주룽반도 침사추이에서 바라본 홍콩섬의 야경은 화려함 그 자체다. 글로벌 금융기업을 중심으로 빅토리아항구 근처에 밀집한 40여개의 빌딩이 조명 옷을 입는 순간 홍콩의 밤은 절정에 달한다. 그러나 눈부신 조명 뒤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부는 침체된 자본시장이 있다. 특히 글로벌 인지도나 경험에서 외국계에 뒤지는 한국 증권사들은 더 추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기준 국내 증권사의 15개 홍콩법인의 적자 규모는 6,680만달러(약 720억원)로 전체 해외 점포 손실액의 71%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꾸준히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다. 대우증권 홍콩법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50억원에서 올해 250억원으로 60% 이상 껑충 뛰었다. 전체 인원이 18명에 불과한 우리투자증권 홍콩법인도 경상이익이 1년 새 22억원에서 54억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무려 8년 연속 흑자 행진이다.
아시아 금융 중심지인 홍콩에서 두 증권사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콩의 중심지 센트럴지구에 위치한 국제파이낸스센터(IFC)에서 만난 김종선 대우증권 홍콩법인장 겸 아태총괄 본부장은 "수익모델의 다변화"라고 잘라 말했다.
단순한 주식 중개 위주의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채권 트레이딩과 투자은행(IB), 사모투자(PE) 등으로 비즈니스모델을 확장한 결과라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주식 세일즈, 트레이딩, IB, PE 등 4개 사업 팀의 영업 기반을 강화하며 단계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중"이라며 "다변화 전략이 결국 성과를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홍콩법인의 부문별 매출 비중은 트레이딩 40%, IB 30%, 주식 세일즈 30%이다. 하지만 수익의 60%는 트레이딩에서 올리고 주식 세일즈와 IB도 각각 20%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시장 진출 초기 주식 중개 위주에서 주식ㆍ채권ㆍIB 등으로 사업 모델을 다변화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전체 수익의 55~60%는 채권에서 나온다. 나머지는 주식 30%와 IB 등 기타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기동환 우리투자증권 홍콩법인장은 "주식 중개는 글로벌 주식시장 침체 등을 고려할 때 현상 유지를 전제로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대신 국내 고객의 해외 상품에 대한 수요 확대에 따라 해외 채권 같은 각종 상품의 국내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IB 강자들과 네트워크, 공공자문 시스템을 구축한 점도 큰 도움이 됐다. 기 법인장은 "현지 사정에 익숙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줄이면서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은 중요한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홍콩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타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김 본부장은 "홍콩에서는 어느 정도 인프라를 구축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몽골이나 터키 쪽에 추가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내년에는 뉴욕과 런던에도 영업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법인장 모두 올해 홍콩 금융시장은 최근 3~4년 중 '최악'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 본부장은 "홍콩의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규모는 4조원(31건)으로 2010년(60조원, 93건), 2011년(27조원, 82건)에 비해 크게 쪼그라들었다"며 "지난해와 비교해 대형 IPO가 없고 주식시장도 어렵다 보니 유럽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 법인장도 "홍콩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바람을 피할 수는 없는 만큼 올해에 이어 내년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이들은 해외 진출을 단기에 통 큰 투자로 접근하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조금씩 확대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본부장은 "글로벌 증권사들이 많은 영업 기회를 노리고 홍콩에 오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며 "단기 수익만 보고 진입하는 행태는 결국 이미 진출한 한국계 증권사는 물론 향후 진출할 국내 회사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 법인장도 "단기간에 상황이 어려우면 해외 법인을 줄이고 다시 좋아지면 늘리는 식의 짧은 생각은 금물"이라며 "장기적 안목으로 철학을 가지고 해외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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