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외환위기를 겪은 사람들] 정덕구 당시 재경원 차관보

"대선 휘말려 신종 경제위기 올까 걱정"<br>가계-중국發 쇼크등 불안요인 많아<br>쓰러져야 할 기업들 살려준 것 반성


[외환위기를 겪은 사람들] 정덕구 당시 재경원 차관보 "대선 휘말려 신종 경제위기 올까 걱정"가계-중국發 쇼크등 불안요인 많아쓰러져야 할 기업들 살려준 것 반성 대담=이용웅 경제부장 yyong@sed.co.kr 정리=손철 기자 runiron@sed.co.kr 사진=이호재 기자 관련기사 • 김용환 "DJ '換亂극복' 선언 왜 서둘렀는지…" • 김중수 "잠재성장률 저하 가볍게 봐선 안돼" • 최종욱 "제역할 못한 정부·은행·기업 '합작품'" • 유종근 "DJ불신에 美와 외채협상 제일 힘들어" • 이연수 "정부 '하이닉스 무조건 팔아라' 독려" • 정덕구 "대선 휘말려 신종 경제위기 올까 걱정" • 위성복 "기업 사정 모른채 구조조정 밀어붙여" • 손병두 "대우그룹 몰락, 정부도 일부 책임있다" • 김대송 "증권사 무분별 해외진출 리스크 크다" • 이용득 "관치금융이 환란 부른 결정적 요인" • 강봉균 "대우, 구조조정 서둘렀으면 해체 안돼" “대선 광풍에 휩쓸려 신종 경제위기가 현실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 지난 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원 제2차관보(국제담당)로 98년 초 뉴욕 외채협상의 실무대표를 맡았던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현 열린우리당 의원)은 “97년 말 외환위기의 깜깜한 터널에서 한국 경제가 다 나오지 못했다”며 “대선 광풍과 맞물려 금융위기와 경제위기는 현재도 진행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외환위기가 누적된 부실을 털어낼 수 있는 기회로 빅딜 등 기업구조조정은 불가피했다”면서도 “부실기업의 산소마스크(자금지원)는 제때 뗐어야 했다. 지금도 반성하는 부분”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97년 말 외환위기의 깜깜한 터널에서 한국 경제가 완전히 빠져 나오지 못했다”고 진단하며 “대선 광풍과 맞물려 금융위기와 경제위기는 현재도 진행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금융권의 가계발 금융위기, 중국발 쇼크, 성장률 감퇴 등이 신종 위기 요인”이라고 규정하고 “97년처럼 올해도 대선의 광풍이 휩쓸면 정부의 위험관리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제2 위기 발발의 도화선은 ‘정치와 리더십 부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과거의 금융구조조정이 금융권의 모럴해저드로 완전하지 않다”며 “기업투자와 창업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2단계 금융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올해로 10년이 된다. 위기는 극복됐다고 보는가. ▦뉴욕 외채협상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당시 기자들에게 ‘3단계 터널론’을 얘기했다. 앞으로 지나야 할 터널이 3개 있다는 것인데, 첫번째가 외환위기 터널이다. 외화유동성을 확실히 확보했고 선순환체제가 만들어졌으니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고 본다. 다음이 금융위기 터널인데 은행들이 부실은행채 정리 등 그 당시 문제는 해결됐는데 새로운 금융위기를 부를 신종 위기 요소들이 성숙돼가고 있다. 과연 완전히 극복됐느냐 묻는다면 금융위기는 극복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경제위기 터널인데 이는 실물 쪽 얘기다. 현재 한국 경제는 역동성을 상실하고 장기적 성장 추세가 좋지 않다. 경제위기는 금융위기보다도 극복되지 않았다. 97년 외환위기가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끝자락에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신종 위기 요인들이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가계발 위기가 첫째다. 기업은 알아서 잘하고 있다. 장사가 안 되니까 투자를 안 하는 것뿐이다. 반면 가계는 피폐해지고 있다. 경기를 부양한다고 가계대출 등을 풀었는데 2003년 신용불량자 문제에서 벗어나 숨을 돌리려고 보니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엄청나게 커졌다. 특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문제다. 부동산 값이 떨어지면 2금융권에 문제가 터질 것이다. 외환위기도 종합금융사 문제가 발단이었다. 큰 문제가 되겠나 했는데 도미노였다. -가계발 금융위기는 정부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이 경제보좌관에게 금융시장을 유심히 보라고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확실히 임무를 맡겼으니까. 97년 외환위기 당시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 조치가 없었다. 하지만 위기 요인은 중국발 쇼크에 대한 우려와 성장률 감퇴 등도 있다. 중소기업의 약 35%는 기술적으로 부도상태나 마찬가지다. 그냥 내버려두면 부도가 난다. 중국 제품에 눌려 가격은 올리지 못하는데 환율 등으로 비용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나쁘지 않다고 얘기한다. ▦정부가 올해 성장률을 4.4% 정도로 전망하던데 저는 4% 정도로 본다. 그러면 올해보다 1%포인트 성장률이 떨어지는 셈이다. 좋은 일자리가 6만개에서 7만개가 없어진다. 양극화는 더 심해진다. 무엇보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소비가 줄고 서비스산업도 안 된다. 이런 것(가계발 금융위기, 중국발 쇼크, 성장률 감퇴)들이 올해 한꺼번에 몰리면 어찌 될 지 정말 무섭다. 그럴 가능성이 적지않다. -신종 위기 요인들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가. ▦저 멀리에서 몰려오는 먹구름이 긴 장마의 시작이 아니고 지나가는 소나기였으면 좋겠다. 올해 형성되고 있는 신종 위험요소,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부동산 가격의 변동, 중국발 쇼크 등이 누적돼 폭우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통령의 정치 리더십과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행정권력의 집중력과 모니터링 능력이다. 이런 것을 떨어지게 하는 가장 큰 요소가 대선 광풍이다. 저는 97년 외환위기 발발도 대선이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당시 윗사람들이 정치에 미쳐 밑의 보고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올해 대선이 없다면 걱정을 덜 하겠는데 대통령 선거를 안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외환위기와 강경식 당시 부총리간에 연관성이 있다고 보나. ▦강경식 부총리는 위기에 적합한 분은 아니었다. 미시적인 것, 단기적인 것은 싫어하고 볼 필요가 없다고 여기고 거시적인 것, 장기적인 것만 챙겼다. 금융 현장, 산업계 등 실물 쪽 얘기를 반영할 수 있는 채널도 충분치 않았다. 강 장관이 외환위기의 주범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능소능대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강 장관은 (골프에서) 장타는 날려도 점수는 별로 안 좋은 타입이다. -(외환위기에) 정치적 요인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점도 있었을 텐데. ▦전반적으로 기업들이 과도한 인력으로 과잉중복 투자를 했다. 이익이 없는 사업에도 손을 많이 댔다. 기업이 팽창하다 중단되니까 인력과 설비는 붕괴됐다. 또 군사 독재시절 개발 모델을 가지고 별 변화 없이 글로벌 시대에 대응하려 했다. 개발 독재시절의 의사결정시스템을 가지고 변화무쌍한 글로벌 시대에 대응하려고 했으니 문제가 안 생길 수 없다. 과거엔 정치권, 관료, 재벌이 모여 협의해 공동의 목표로 갈 수 있었지만 시장이 다 열린 상황에서 3축이 모인다고 일이 잘 되겠나. 오히려 과거 모델을 고집하니까 국제사회의 신뢰상실로 이어졌다. -외채협상을 할 때 일부라도 원금 탕감을 받았어야 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보나. ▦원금탕감을 ‘헤어 컷’이라고 하는데 대출해준 쪽도 판단을 잘 못했으니 어느 정도 책임을 지라는 얘기다. 그래서 ‘탕감을 좀 받지’ 하는 얘기는 나올 법한 것이다. 그러나 제 생각엔 탕감을 받았다면 지금도 금융시스템이 복원되지 않았을 수 있다. 중남미나 인도네시아가 외환위기 때 탕감받았지만 아직도 문제다.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것이 중요한 이유다. 돈 떼먹는 정책으론 친구를 다 잃을 수밖에 없다. 탕감을 받아봐야 몇 억달러 정도다. 그거 내고 정상적 대접을 받는 게 더 낫다고 본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 상황 등을 평가한다면. ▦군살을 걷어낼 필요는 분명했다. ‘빅딜’도 그래서 나왔다. 외환위기는 그런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대기업은 과잉 중복투자를 걷어내고 채무재조정 등으로 부실기업은 살려내서 합병 등을 통해 정리했다. 재벌구조조정은 결과론이지만 산 자와 죽은 자는 차별이 너무 컸다. 중소기업은 바람 한 번 불면 날아가는 체질 약한 기업이 많았는데 세계은행ㆍ아시아개발은행 등 자금으로 괜찮은 중소기업들은 살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산소마스크(자금지원)는 적절한 때 뗐어야 했다. 죽어야 할 기업에 돈이 들어가니 신규 창업 등이 원활히 안됐다. 반성하는 부분이다. -금융구조조정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금융구조조정에서 초반에 왕창 (공적자금을) 집어넣어 한국 은행들에 대한 국제자본의 신뢰회복이 빨랐다. 찔끔찔끔 넣었으면 위기가 오래 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권의 모럴해저드가 심해진 것은 뼈 아프다. 그때 해고된 사람들은 어렵게 살고 있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은행이 천국이 됐다. 또 금융권이 새로운 금융서비스는 창출하지 않고 부동산 등 가계대출만 했다. 창업을 일으키고 하는 질 좋은 금융서비스가 발전하지 못했다. 2단계 금융개혁이 필요한데 금융권이 새로운 신용창출 능력을 배양해 기업이 투자하고 창업이 늘도록 금융기법을 발전시켜가는 방향이 돼야 한다. -사무관으로 출발해 장관까지 지내며 30여년간 관료생활을 했다. 관료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은데. ▦관료는 과거 한국 경제성장의 견인차였다. 민간 부문보다 인력이 우수했고 철학과 책임감이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관료를 배제하려는 정치세력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소신껏 일하는 분위기가 줄었다. 관료들 자체도 세상을 보는 눈이 현실적이 됐다. 과거엔 ‘이것 안 하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일했다. 하지만 요즘 관료들은 속된말로 ‘이것 좀 안 해도 안 죽는다’는 것을 안다. 공무원들이 그저 하나의 직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여기는데 제일 중요한 것이 자긍심이다. 공적 의사결정권자인 관료가 그것이 무뎌지면 국익에 큰 손해가 될 수 있다. 사회가 관료의 자긍심을 올려줄 필요도 있다. ◇정덕구 약력 ▦48년 서울 ▦배재고 ▦71년 고려대 상대 ▦71년 행시 10회 ▦83년 미 위스콘신대 경영학석사 ▦87년 재무부 증권정책과장 ▦94년 재무부 국제금융국 국장 ▦96년 재정경제원 기획관리실장 ▦97년 재경원 2차관보 ▦98년 재정경제부 차관 ▦99년 산업자원부 장관 ▦2001년 서울대 국제금융연구센터 소장 ▦2003년 중국 베이징대 초빙교수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비례대표ㆍ열린우리당) 입력시간 : 2007/01/24 17:38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