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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휴먼 스테인

`Spoook`. 잘 나가던 노년 교수의 생을 구렁텅이로 몰아놓은 한 마디 말이다. 유대인으로서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고전문학 학장에 오른 콜먼(앤서니 홉킨스)은 개강 뒤 한 달 넘게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 학생을 무심코 `유령(spook)`이라 칭한다. 그러나 `spook`의 의미가 흑인을 경멸하는 뜻의 속어이기도 한 탓에 그를 비난하는 파장이 거세게 일어난다. 콜먼은 오해를 풀려 하지만 학교 측의 징계가 이어지고, 오랜 세월 학문을 같이한 동지들도 `대세`를 좇아 등을 돌린다. 충격을 받은 부인마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콜먼은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기분이 된다. 이러한 콜먼 앞에 나타난 사람이 미모의 30대 여성 퍼니아(니콜 키드먼). 퍼니아는 어린 시절 의부의 성추행과 이를 부정하는 친모의 방기를 피해 가출한 이래 평생 가학적인 삶을 이어왔다. 청소일과 농장 허드렛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그녀는 불이 나 두 아이를 잃은 기억에서도 좀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두 사람은 짐짓 서로를 `구원`처럼 생각하지만 주변 이들에게 이들의 만남은 `파렴치한`과 `주제넘은 계집`의 추문일 뿐이다. `휴먼 스테인(Human Stain)`은 나이와 신분을 초월하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이자 집단에 의해 난도질 당한 개인의 편린이며, 인종과 계층 차별에 대한 아픔의 기록이자 인간의 숨겨진 욕망과 위선에 관한 작품이다. 영화는 두 주인공의 과거를 조금씩 드러내며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몰아간다. 두 배우의 연기력도 시나리오의 그것을 뚫고 나오는 수준. 큰 에너지를 품고 있으되 나직이 속삭이는 앤서니 홉킨스의 연기는 좀처럼 눈을 떼기 힘든 수준이고, 니콜 키드먼 역시 이에 밀리지 않는 기운을 영화 속에서 발산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은 탓인지 결국 어느 것의 핵심도 건드리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하얀 피부 속에 감춰온 진실과 이를 조성한 사회적 위선에 더욱 집중했다면 훨씬 독특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풀리처상을 수상한 필립 로스의 소설이 원작. 그러나 이를 훨씬 모호하고 난해하게 풀어냈다는 점이 영화가 남긴 `오점`(stain)이라 할 만 하다. 5일 개봉.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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