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의 부채 규모가 사상 처음 3조원을 넘어서면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대 예산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시의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예산 대비 부채 규모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부채증가 속도가 빠르고 산하기관 부채까지 감안할 경우 안심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민선 4기 들어 서울시 부채 ‘껑충’=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의 부채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왔다. 서울시의 부채는 이명박 시장 재임 당시인 2005년까지 1조원 안팎을 유지해왔으나, 오 시장 취임 직후인 2006년 1조1,462억원으로 1조1,000억원을 넘어선 뒤, 2007년 1조5,545억원, 2008년 1조8,535억원, 지난해 3조2,454억원으로 늘었다. 오 시장 재임 4년간 부채가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이처럼 서울시의 부채가 늘어난 것은 한강 르네상스, 지하철 9호전 건설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된데다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확대재정정책에 보조를 맞추면서 일자리 및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예산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서울시의 일자리 관련 예산은 6,600억원으로 전년의 1,8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서울시 이병한 예산담당관은 “단기 일자리인 희망근로 사업 등은 국비와 시비가 일정 비율로 투입되는데, 지난해 정부의 국비 지원이 늘면서 그에 맞춰 시 예산도 추가 투입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부채 규모는 한해 25조원에 달하는 예산 규모를 감안할 때 심각한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서울시의 예산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2.8%로 사상 처음 10%를 돌파했지만 재정건전성 판단 기준인 30%에는 크게 못 미친다. ◇서울시 산하기관 포함한 총 부채 19조 넘어= 하지만 SH공사 등 산하 기관들의 부채를 포함하면 사정은 다르다. 지난해 서울시 산하 기관들의 부채 규모는 16조 3,000억원에 달한다. 이들 기관의 부채에 시 본청 부채를 합산하면 19조 5,000억원으로 서울시 1년 예산에 근접하게 된다. 특히 서울시의 주택공급을 책임진 SH공사의 경우 2008년까지 부채규모가 8조9,000억원으로 10조원 미만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3조5,000억원으로 4조 이상 늘었다. 자칫 부동산 경기 회복이 늦어져 미분양이 속출할 경우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현재 SH공사가 발주한 아파트의 미분양률은 10%도 안 된다”며 “다른 지자체의 주택공사와 달리 SH공사는 악성 부채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운행을 맡은 서울메트로(1~4호선)와 도시철도공사(5~8호선)도 재정건전성 악화의 복병으로 꼽힌다. 이들 두 기관의 부채는 2008년 3조원에서 지난해 2조 7,000억원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매년 4,000억원의 적자가 누적된다는게 문제다. 적자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부채가 다시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시는 오 시장 재임기간인 2014년까지 서울시의 부채 대부분을 상환한다는 방침이다. 이병한 예산담당관은 “앞으로 경제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는 균형재정으로 되돌아갈 계획”이라며 ‘도시철도공채 등 법적 발행의 의무화된 공채를 제외한 나머지 부채를 최대한 상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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