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체 300개사를 상대로 저금리 인식과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금리 인상이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응답기업의 74.5%가 ‘경제회복에 부담될 것’이라고 답했다.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답은 25.5%에 그쳤다.
미국 금리 인상의 구체적 영향으로 ‘외국인 자금 대량이탈’(29.8%)을 가장 많이 우려했고 ‘금융시장 변동성 심화’(27.3%), ‘국내 소비·투자심리 악화’(22.7%), ‘미국 경기 둔화’(18.2%)도 경계했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대책 유무를 묻자 대책을 수립했거나 수립 중이라는 기업은 20.7%에 그쳤다. 응답 기업의 79.3%는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인상 폭·시기 불투명’(64.3%), ‘다른 우선순위 사업으로 인해 계획수립 지지부진’(13%), ‘수립 역량 부족’(2.9%) 등을 들었다. 대책을 세운 기업은 대비책으로 ‘현금성 자산 등 유동성 확보’(37.1%), ‘시장모니터링 강화’(21.0%), ‘가격 변동성이 낮은 단기채권 투자’(14.5%) 등을 꼽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로는 올해 3분기를 예상한 기업(43.3%)이 가장 많았다. 이어 올해 4분기(24.7%), 내년 중(16.7%)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올 하반기 재무전략의 변수로도 가장 많은 기업이 ‘미국 금리 인상 추진 폭과 속도의 불확실성’(33.3%)을 꼽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인하 여부’(20.0%)가 뒤를 이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성장과 물가를 고려한다면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있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있고 미국이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해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금리정책 방향에 대해 응답 기업의 78%가 ‘저금리 기조를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고 ‘인상이 필요하다’는 답은 14.3%에 불과했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100%)과 철강(100%) 업종의 응답기업은 예외없이 저금리 기조 유지를 주문했다. 이어 섬유·의복(95.8%), 금속·소재(85.7%), 목재·종리(83.3%), 운송장비(77.5%), 식음료(59.3%), 전기전자(54.3%) 순으로 저금리 기조를 희망했다.
대한상의는 “취업자 증가, 주택시장 활성화로 경기회복이 안정적 국면에 접어든 미국과 아직 경기회복세가 미약한 우리나라는 금융·통화정책에서 차별화될 수 있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저금리의 경제적 효과로는 ‘자금조달 비용 인하에 따른 투자 여력 확대’(60.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저금리에 따른 재무구조 변화 방향으로는 대다수가 ‘고금리 자금조달의 저금리 전환’(85.4%)을 꼽았다. 실제로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저금리 차환 목적으로 발행된 일반회사채 발행액은 지난해 12월 3,100억원에서 올해 3월엔 1조5,300억원으로 늘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비한 정부의 대응방안으로 기업들은 ‘환위험·금융리스크 관리 지원’(38%)을 첫손에 꼽았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미국이 7년여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서는 만큼 파급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시장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즉각적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는 체계와 금융리스크 관리 지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하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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