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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피디의 Cinessay] '태양은 가득히'

질투가 부른 욕망… 그 거짓의 끝


처음부터 착하고 악한 사람이 따로 있을까? 매일매일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사건사고들을 보면서 그저 비난만 하기보다는 과연 내가 저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보면 섬?할 때가 많다. 운이 좋아서 다행히 극단적 상황에 몰리지 않았을 뿐, 인간은 순간적으로 실수하기 쉽고 그 실수가 실수를 낳고 잘못이 잘못을 낳기가 너무나 쉽다. 더군다나 욕망과 현실의 괴리감이 가장 큰 청춘들은 자칫 삶에서 미끄러지기 쉽다. ‘태양은 가득히’(1960년작)의 주인공 톰 리플리(알렝 드롱)가 결과적으로 잔인한 살인범이지만 연민이 느껴지는 이유다.

톰은 부잣집 아들 필립의 친구이지만 실제로는 하인보다 못한 존재다. 거칠 것 없이 화려한 필립의 삶이 톰은 얼마나 부러웠을까. 질투는 영혼을 파괴한다. 필립의 아름다운 애인 마르쥬(마리 라포레) 앞에서 번번히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던 톰의 증오는 결국 살인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일단 선악의 경계선에서 확실하게 악의 편이 된 톰의 욕망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한다. 거짓말을 계속하다 자기 거짓말을 믿어버리는 정신병을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이 영화의 원작소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그만큼 톰 리플리는 거짓말이 일상이 되고 점점 더 대담하게 악으로 빠져든다. 필립의 친구를 죽이고, 재산을 가로채고, 마르쥬마저 자신의 여자로 만들며 톰은 완벽하게 필립으로 빙의한 듯 살아가지만 파국은 뜻밖의 실수로 찾아온다. 욕망이 클수록, 거짓이 짙을수록 종말도 빨리 찾아오는 법이다.

이 영화를 서너번은 봤지만 볼때마다 톰이 안쓰럽다. 내가 톰이었다면...그런 상상만 해도 나는 톰에게 깊은 연민이 느껴진다. 얼마나 필립이 미웠을까. 살기 위해 필립 옆에 빌붙어 있는 자신이 얼마나 비참했을까. ‘주어진 가난’으로 출발선 자체가 달라질 때, 어떤 젊음이 분노와 좌절을 느끼지 않겠는가.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모두 갖은 나쁜 사람’을 그렇게 가까이에서 매일 보는 일은 고문이다. 톰의 살인을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되기까지 그가 견뎠을 모멸과 좌절에는 마음이 정말 아프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악한 사람은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사회가, 내가, 악한 사람을 만들지 않도록 더 배려해야한다. 더군다나 지금은 이 영화가 만들어질 때보다 더 다양하고 치명적인 욕망이 도처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있지 않은가….



조휴정 PD(KBS1라디오 ‘빅데이터로 보는 세상’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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