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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반성없는 외교부

전용호 기자<정치부>

“이미 언론에 나온 것을 또 다시 발표하니 참….” 외교통상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지난 21일 감사원이 발표한 재외공관의 감사 결과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기자실을 다니며 “이미 욕을 먹은 것인데 또 나왔다”며 “외교부 기자들은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러시아 재외공관 직원들이 대사관 청사 비용을 개인 술값 등으로 유용하고 일본 후쿠오카 총영사관에서는 업무보조원에게 약 3,000만원을 불법으로 지급한 사실이 적발된 것에 대한 서운함을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감사당국이 예산을 들여가면서 실시한 감사에 대해 “또 나왔다”고 볼멘소리부터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말이다. 더욱이 감사원 당국자는 “일본 총영사관 비리는 이번에 처음으로 적발된 것”이라며 ‘회계비리’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또 “러시아 재외공관은 언론에서 의혹이 제기된 것을 체계적으로 조사한 경우”라며 “모스크바의 한국 유학생들이 공관의 비리에 대해 조직적인 항의를 벌이고 있었다”며 감사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는 언론의 발표 여부가 아니라 재외공관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한 외교부에 있지 않을까.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이런 품격 낮은 행위야말로 국민들이 외교부에 대해 가지는 부정적 이미지의 깊은 뿌리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올해를 국민과 함께하는 선진외교의 원년으로 되자”고 연초부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을 만족시키는 재외공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러나 외교부 고위공무원의 이런 자세를 미뤄볼 때 과연 실현이 될지 걱정이 앞선다. 감사기관의 지적에 대해 좀더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신현석 외교부 공보관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감사원이 요구한 관련한 문책과 제도개선을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됐으면 좋겠다. 볼멘소리를 앞세우기보다 깨끗이 승복하는 것이 대한민국 외교부의 바람직한 태도다. 비위사실이 적발된 직원들에 대한 처벌 내역과 지적사항에 대한 개선책이 떳떳하게 발표되기를 기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외교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타파하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외교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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