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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팔로어 구분 잣대는 혁신… 뉴노멀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 대학생을 위한 CEO 특강-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은행, 과도한 이자 의존도에 수익성 먹구름<br>해외진출 늘리고 자산관리 중심으로 가야<br>핀테크 통한 발빠른 변화 없으면 도태할 것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29일 서울 동국대 중강당에서 열린 '대학생을 위한 CEO 초청특강'에서 "뉴노멀 시대의 리더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디테일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호재기자

"이 세계지도를 보시면 글로벌 50대 은행이 표시돼 있는데요, 국내 은행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은행이 나오도록 하는 것, 이게 바로 저의 과제입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29일 서울시 중구 동국대 중강당에서 열린 대학생을 위한 CEO 특강에서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한국 금융'이라는 주제로 국내 금융산업의 나아갈 길과 리더십에 대한 강연 서두를 자신의 목표로 열었다. 강연문도 한 장 없이 총 40장 분량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만 띄워놓고 시작한 그의 강연은 30년간 외국계 은행이라는 현장에서 글로벌 감각을 키운 금융인답게 중국과 인도의 성장, 일본의 고령화와 미국의 이민자 현황까지 넘나들며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

본격적인 강연의 시작은 세계적인 경제·금융 트렌드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그는 "미국에서는 거액의 기업예금에 대해서는 보관료를 받고 유럽에서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며 "세계 경제는 저출산 고령화와 저성장·저소비·저금리가 특징인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의 변혁기에 우리 경제의 현주소에 대한 하 회장의 평가는 '우려'였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갈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우리나라는 20~25년 정도 차이를 두고 일본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며 "재벌과 산업의 부침, 인구구조, 경제활동인구 감소, 고령화 진입, 배타적이고 사회주의적인 국민정서와 노조문화 등이 닮아 있다"고 분석했다.

하 회장은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출 비중이 당시 일본(16.2%)보다 3배 이상 높은 60%에 이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39.6%로 일본(239.3%)의 6분의1 수준에 불과하며 고령화에 대처할 대체인력과 시장도 여성·외국인·북한으로 다양한 편"이라면서 "우리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고 역동적으로 계속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어느 지점에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할까. 평생 국내에서 뱅커로 살아온 하 회장이지만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계에 대한 평가는 더욱 냉혹했다. 그는 "부채 위기에 처한 몇몇 유럽 국가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금융산업 경쟁력은 최하위"라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글로벌 은행의 잇따른 철수는 토종 은행에 밀렸기 때문이라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을 내놓았다. 하 회장은 "지난 2000년 이후 골드만삭스자산운용과 ING·아비바 등 13개 외국계 은행 지점이 철수했고 씨티와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며 "삼성이 중국에 있던 생산 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듯이 국내 금융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더 많은 수익이 날 수 있는 곳으로 자원을 옮기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행장으로 재임했던 지난해 씨티은행도 기존 점포 56곳을 폐쇄하고 직원 650명을 희망퇴직 형식 등으로 구조조정했다.

금융 수익성이 이토록 악화한 원인으로 하 회장은 저금리, 국내시장과 이자수익에 대한 과도한 의존, 규제환경을 짚었다. 그는 "이제는 대출 위주에서 벗어나 자산관리 중심으로 서비스의 변화가 필요하며 해외진출과 비이자수익을 현재 각 10% 수준에서 30%까지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산업의 혁신과 관련해 핀테크의 의미에 대해서는 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비디오렌털 업계 1위 기업 블록버스터가 DVD와 인터넷스트리밍 서비스가 가져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파산한 반면 온라인 저비용 모델을 통해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 넷플릭스는 살아남았다. 금융산업도 핀테크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인터넷 전문은행이 설립되면 기존 금융의 사각지대부터 소액맞춤금융이 등장, 은행은 기업금융이나 대규모 자금조달, 고액자산관리, 비실시간거래 등을 전담하고 핀테크를 내세운 인터넷전문은행은 소규모 금융과 소액대출, 소액자산관리 및 실시간거래를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 회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화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며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제품 차별화 없이 전통은행을 답습했던 영국의 에그뱅크는 실패했지만 모회사 GM의 자동차 구매층을 타깃으로 한 전문서비스를 내놓은 앨리뱅크는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하 회장은 끝으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한 은행에서 행원으로 시작해 최장수 행장까지 오른 자신의 경력을 설명하면서 "많은 회사에서 옮겨오라는 제의가 많았지만 적금을 쌓듯이 자신의 가치를 한곳에서 축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며 "쉽게 이직을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보다는 한 곳에서 내공을 쌓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또 최연소 40대 행장, 최장수 행장, 최고 연봉이라는 자신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에 대해서 "한눈 팔지 않고 준비하는 것, 신뢰를 쌓고 실적으로 말하는 것,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이 타이틀들을 얻은 노하우"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시대 리더의 조건에 대해 "뉴노멀 시대의 리더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변화에 대한 적응이 빠르며 디테일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라며 "혁신은 리더와 팔로어를 구분하는 잣대이다.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이 하지 않는 생각을 하라"고 조언했다.

●하영구 회장은

△1953년 전남 광양 △1972년 경기고 졸업 △1976년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1981년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 졸업 △1981년 씨티은행 서울지점 입행 △1986년 한국자금담당 총괄이사 △1998년 한국소비자금융 그룹 대표 △2001년 한미은행장 △2004년 한국씨티은행장 △2010년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2014년 전국은행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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