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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

정의선 부회장이 대주주인 글로비스 몸집 키우기

에쓰오일과 원유운송 계약이어 유럽업체 M&A 추진 등 잇달아

현대차 계열 핵심 고리인 모비스와 합병 통해 그룹 지배 시나리오도

그룹측선 "준비된 것 없다" 부인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은 13일 에쓰오일 본사에서 5년간 에쓰오일이 중동에서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1,000만톤가량의 원유를 운송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 운임 총액은 약 1억2,000만달러(약 1,315억원)이다.

글로비스의 연매출(약 13조원)에 비하면 크지 않은 규모지만 시장에서는 글로비스가 최근 중고차 매각 대행서비스인 '오토벨'을 내놓은 데 이어 잇달아 신사업에 진출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키워야 향후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발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가 노르웨이의 자동차 운반선사인 호그 오토라이너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인 배가 80여척인데 이에 더해 51척이나 되는 글로벌 업체를 인수하겠다는 것은 인수합병(M&A)으로 단번에 몸집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또 올해는 무산된 북극항로 개척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한다는 내부 방침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볼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이처럼 몸집을 키우려 하는 데 대해 재계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의 서막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이 없다. 현대차그룹을 지배하려면 사실상 현대모비스 지분이 높아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시장에서는 정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온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주식교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어쨌든 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을 현대모비스보다 최대한 키워야 가능한 예기다. 그래야만 두 회사가 합병했을 때 정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SK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면서 최태원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SK C&C가 올 들어 몸집을 키우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는 "정 부회장이 현대차 지분을 늘리려면 자금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비스를 통해 현대차를 지배하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이라며 "현대글로비스 덩치를 키워서 모비스와 합병하거나 모비스 주식을 사기 위한 실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재계에서는 또 삼성그룹이 최근 활발한 사업구조 및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하는 것과 맞물려 현대차그룹도 지배구조 개편준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현대차도 후계 승계 등을 위해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최근 현대글로비스의 사업확대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삼성그룹과 달리 우리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일 뿐 아니라 어떤 움직임도 없다"며 부인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현대글로비스의 몸집 키우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김경배 사장은 정몽구 회장의 비서실장(상무)을 지낸 오너가의 최측근 인물로 현대글로비스의 경영을 오랫동안 맡겨왔다는 점에서 주주이익 극대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사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차원일 뿐 그룹 지배구조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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