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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톤급 프레스로 초대형 잉곳 자유자재 가공

■ 두산중공업 창원 본사 가보니

국내 유일 원자로·터빈 제조업체… 최근 100번째 증기발생기 출하

신고리 원전 5·6호기 주설비 수주… 올 신규수주 10조 회복 '구슬땀'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단조공장에서 1만3,000톤급 프레스가 시뻘겋게 달궈진 잉곳(쇳덩어리)을 가공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중공업


지난 5일 오후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 본사. 아침부터 이어진 부슬비로 꽤 서늘한 날씨였지만 단조 공장에 들어서니 난로를 피운 듯 후끈했다. 1,200도까지 달궈져 시뻘건 색을 내는 커다란 잉곳(쇳덩어리)이 내뿜는 열기 때문이었다.

대형 크레인에 달린 집게발이 잉곳을 프레스 밑으로 옮기자 잠시 후 '쿵' 소리와 함께 육중한 철판이 잉곳을 내리찍었다. 말 그대로 무쇠같이 단단한 잉곳이었지만 고열과 강한 힘이 가해지자 조금씩 모양이 바뀌어갔다.

대장간에서 쇠를 빨갛게 달궈 두드리고 모양을 내는 것과 똑같이 단조 공장에서는 사람 키의 2~3배에 이르는 초대형 잉곳을 다듬는다. 최대 1만3,000톤급 프레스가 대장장이 역할을 한다. 잉곳은 바로 옆의 발전기용 터빈 공장이나 원자력 공장 등으로 보내져 다시 늘리고 깎고 붙이는 가공작업을 거쳐 초대형 원자로와 증기발생기·터빈 등으로 탈바꿈한다.

잉곳의 동선을 따라 단조 공장에서 원자력 공장으로 가보니 지난해 8월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수주한 신고리 원전 5, 6호기 주기기 제작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커다랗고 둥그런 원자로를 만들기 위한 용접 작업은 모두 기계로 진행됐다. 느린 속도로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원자로를 푸른 불꽃이 이글거리는 토치 수십 개가 가열하고 있었는데 한 달 가까이 걸리는 용접 기간 중 일정한 온도와 압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원자력 공장의 한 관계자는 "원자로는 고온·고압을 견뎌야 하므로 고도의 설계·제작 기술이 필요하다"며 "제작기간만도 4년 이상 걸린다"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의 1.5배에 달하는 442만9,000㎡(약 130만평)의 두산중공업 창원 본사에서는 임직원 6,000여명이 발전설비와 주조·단조품 등을 만들고 있다. 국내 원자력과 터빈 제조업체는 두산중공업이 유일하다. 중후장대한 제품을 다루는 만큼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돼 실제 눈에 띄는 직원은 몇 없었지만 모든 장비는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두산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수주량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덩달아 공장도 바빠졌고 활기도 되찾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4월23일 30번째 원자로를, 5월26일에는 100번째 증기발생기를 성공적으로 출하하는 겹경사도 맞았다. 1980년대 초부터 꾸준히 원전 기술을 개발하고 품질을 높여 국내외의 신뢰를 얻은 덕분이다. 취재진이 방문하기 이틀 전인 3일에는 신고리 원전 5, 6호기 주설비 공사 수주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주기기 수주에 이어 발전소의 토목·건축·기계·배관 등 공사 전반까지 따낸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를 9조3,000억원으로 잡고 2011년 이후 4년 만에 신규 수주액 10조원대 회복을 노리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11년 10조1,015억원의 수주를 올린 뒤 2012년 5조7,875억원, 2013년 5조8,386억원, 2014년 7조7,716억원으로 3년 연속 극심한 수주 가뭄을 겪었다.

두산중공업이 매년 기존 발전설비 운용·보수로 4조원 가까이 고정 일감을 확보하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3년간 신규 수주 물량이 거의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올해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올 1월 카자흐스탄 복합화력발전소를 수주해 중앙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데 이어 4월에는 베트남에서 1조원대 석탄화력발전소 수주 소식을 알렸다. 최근 신고리 원전 5, 6호기 주설비 공사까지 포함하면 두산중공업이 올해 수주했거나 수주가 확실한 규모만도 벌써 8조5,000억원가량이다. 두산중공업이 최근 수주 부진을 겪은 뒤 올해 목표를 보수적으로 세운 것을 고려하면 10조원 달성도 어렵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부회장)는 9일 발표한 통합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경영환경은 여전히 어렵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고 특히 가스발전 시장 육성에 주력해 양적·질적 성장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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